[기자수첩]스마트홈과 어색한 동거

국내 가전 수요가 폭발하면서 여기에 따르는 서비스도 새로워지고 있다. 스마트홈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가전 본연의 기능에 사용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로 강화되고 있다. 스마트홈 서비스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서랍 안에 잠자고 있던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생각나 꺼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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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자동차부 정용철 기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AI 스피커에 연동시킨 후 집 안에 여러 스마트 기기를 검색해 봤다. 처음부터 난관에 부닥친 것은 집 안에 연동이 가능한 기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TV, 에어컨, 공기청정기를 제외하니 쓸 수 있는 게 없다. 그동안 스마트홈을 많이 취재했지만 정작 우리 집은 스마트하지 못하다는 걸 깨닫고선 씁쓸함이 몰려왔다. 연동되는 기기라도 쓰려니 딱히 편한지도 모르겠다. “○○야, 에어컨 켜 줘” “○○야, 공기청정기 켜 줘” 외에 이용 가능한 기능은 없다. 무엇보다 어색함이 더 크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데 사람에게 말하듯 음성으로 지시하려니 괜히 머쓱하다.

가전업계 한 임원은 미국에서는 와이파이 기능이 없으면 팔리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와이파이가 필수기능이 아니라는 말이 떠올랐다. 스마트홈 플랫폼에 연동하기 위해서는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기능이 필수다. 최신 가전은 대부분 이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지만 여전히 지원하지 않는 기기도 많다. 스마트홈 서비스의 기본 중 기본인 연결성조차 아직도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스마트홈이 구현되려면 집안에 여러 스마트 기기가 있어야 한다. 큰 가전이 아니라 스위치, 전등, 커튼 등 이용 빈도가 높은 소물부터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화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형 가전사, 통신사 중심으로 규모가 큰 가전기기에 우선 적용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기 수가 줄어든다. 스마트홈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대형 가전사뿐만 아니라 중소 부품, 소물업체까지 참여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여기에 건설사까지 적극 참여해서 여러 가전을 연동, 지시 하나로 여러 기기가 동시에 조작되는 '사용 시나리오'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어색한 동거'가 사라질 것이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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