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 "혐의 인식 가능성 상당"
연암·송정·대우컴바인 등 누락
계열사 주주 혈종 7명 친족 숨겨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대기업이 지켜야할 자료제출의무를 위반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됐다. 이번 고발 결정에 있어서 계열사·친족을 누락한 혐의에 '고의성'이 짙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실제 친족이 100% 보유한 연암·송정 등 일부 계열사가 최대 16년간 누락됐다는 현황이 드러났고 내부적으로 향후 위법성에 따른 처벌수위나 계열사의 친족독립경영 등 대응책까지 검토한 것이 확인됐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14일 “공시대기업집단 하이트진로 동일인의 법 위반행위에 대한 인식 가능성이 상당하고 중대성이 커 박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의무 등을 부과한다.
박 회장은 하이트진로의 동일인으로서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다. 이에 따라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
당국은 하이트진로의 동일인 박문덕 회장이 2017~2018년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5개사(연암·송정·대우화학·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와 친족 7명을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계열사는 박 회장의 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 두 아들이 보유한 송정·연암과 박 회장의 사촌인 이상진 대표, 혈족 5~6촌인 이동준 대표, 이은호 대표로 있는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 등 3개 기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6개 계열회사·친족 7명 등 중요 정보를 다수 누락했고 일부 계열사의 경우 누락기간이 최장 16년에 달했다.
특히 연암과 송정의 경우 박 회장이 2013년 2월 계열사 미편입 현황을 보고 받았으나 공정위의 지적을 받기전까지 자료에서 제외했다.
또 처벌수위 감경을 위해 연암·송정의 친족독립경영 여건을 조성한 후 편입신고 하는 대응방안을 계획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동일인 조카의 부친이 계열사 하이트진로산업 임원직에서 퇴임시켜 규제를 피하려는 시도까지 감행했다.
게다가 박문덕 회장의 고종사촌 이상진 대표와 그 아들 이동진·손자 이은호 등의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 대우화학,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 3개 회사도 누락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회사는 계열사 직원들도 친족회사로 인지해왔던 회사이고 페트(PET)병이나 병에 붙이는 라벨, 포장지 등을 제조하는 업체다. 대우컴바인의 경우 2016년부터 2년간 하이트진로 등 다른 계열사와 내부거래 비중을 상당히 높여왔다.
또 공정위는 지정자료 제출시 친족 현황자료로 동일의 친족을 모두 기재하도록 하고 있지만 친족 7명을 지정자료제출에서 누락했다.
당국은 계열사 내부거래 행태가 해당 3개사와 관련된 7명 친족도 자료 제출시 누락하면서 외부감시에서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박 회장은 평암농산법인 회사도 지정자료 제출 시 누락됐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조사과정에서 박 회장이 계열사 미편입 현황이 적발될 경우 받을 처벌 수위까지 검토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박 회장이 최대주주이자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도 해당 자료를 확인했다.
특히 이번 고발결정에 있어 공정위는 박 회장이 위법성 여부를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공정위는 “내부적으로 연암, 송정 등 계열사로 미편입된 사실을 보고받고 평암농산법인도 동일인이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계열사가 미편입 사실을 확인하고 처벌 정도도 검토했다”며 “누락된 친족 역시 고모의 일가로서 박 회장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회장은 동일인은 2003년부터 다수의 지정자료 제출 경험이 있고, 지정자료 허위제출행위로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 표=인식가능성 및 중대성을 감안한 고발기준·제공=공정거래위원회>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