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운명을 가를 자구안에 대한 찬반 투표가 시작됐다. 쌍용차 노조는 7~8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계획 찬반 투표를 한다. 3500여명의 조합원 손에 쌍용차의 운명이 달린 셈이다.

이보다 앞서 쌍용차는 2년 무급휴직을 포함한 자구안을 마련했다. 1년 동안 기술직 50%와 사무관리직 30%를 대상으로 먼저 시행한 후 판매 상황에 따라 무급휴직 유지 여부를 재협의한다. 자구안이 가결되면 쌍용차 매각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매각 주간사 선정을 거쳐 입찰 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서를 받는 등 매각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무급휴직 반대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9년 쌍용차 사태 해고자 복직이 1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무급휴직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게 의견의 뼈대이다. 그동안 노조는 고통 분담을 하겠다며 정부에 대출 지원 등을 요구해 왔지만 자구안이 부결되면 정부의 지원 명분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자구안에는 인적 구조조정에 대한 내용이 빠져 인수자와 산업은행 등이 이를 수긍할지도 미지수다.

자구안이 통과되더라도 마땅한 인수 후보자가 없다는 문제도 남는다. 유력한 인수 후보이던 미국 HAAH오토모티브에 이어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인수 의향을 밝혔다. 중국과 미국 업체도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거론된 인수 후보들은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약속한 투자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상하이차 사례처럼 철저한 검증 없이 쌍용차를 넘긴다면 불행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자금력과 함께 회사를 살릴 의지가 분명한 새 주인을 만난다면 쌍용차의 재기 가능성은 충분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브랜드라는 명확한 정체성이 최근 트렌드와 맞아떨어진다.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몸집이 작은 편이어서 미래차로의 전환도 빠르게 이뤄 낼 수 있다. 자구안 통과로 쌍용차에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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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