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e커머스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MZ세대 패션 강자 무신사와 대기업 신세계, 카카오가 일제히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며 패션테크 경쟁 주자로 나섰다. IT 공룡인 네이버까지 '네이버쇼핑'을 앞세우고 있어 패션 e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패션플랫폼 지그재그는 카카오가, W컨셉은 신세계가 각각 인수한데다 무신사는 29CM·스타일쉐어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 네이버의 경우 브랜디에 100억원을 투자하고 동대문 도매플랫폼 등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몸 값 높아진 패션플랫폼들은 각각 자신만의 고유한 색이 뚜렷한 업체들이다. 카카오가 인수한 '지그재그'는 4000곳이 넘는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서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다. 올해 거래액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지그재그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여성 쇼핑몰을 분류해서 보여준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개인 맞춤형 추천 상품을 제공해 고객 만족도가 높다.
카카오는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크로키닷컴과 합병해 지그재그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그재그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사용자 수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통합몰을 운영하는 SSG닷컴을 통해 'W컨셉'을 인수한다. W컨셉은 지그재그와 달리 패션브랜드를 취급하고 있어 SSG닷컴이 기존에 보유한 브랜드와 이용자층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W컨셉은 2008년 운영을 시작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다. 회원 수는 500만명이다. W컨셉은 다른 플랫폼에는 없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것이 강점이다. 자체 브랜드 '프론트로우'도 운영하고 있다. 명품이나 뷰티 등 상품 카테고리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SSG닷컴은 W컨셉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신세계가 보유한 인프라를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W컨셉 전문 인력은 인수 후에도 그대로 승계하고 플랫폼도 SSG닷컴과 이원화해 운영할 예정이다. 또 신세계그룹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배송 속도를 높이고 스타필드 등 신세계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W컨셉 입점 브랜드 상품을 파는 등 마케팅 시너지도 기대된다.
무신사는 29CM과 스타일쉐어를 인수하며 여성 브랜드 패션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게 됐다. 무신사는 남성 고객을 타깃으로 성장한 남성 소비자층이 80%에 달할 정도로 남성복에 치우쳐있었다.
29CM는 여러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또는 셀렉트숍)이다. 가격대와 상품력을 직접 비교하고 판단해 엄선한 브랜드를 모았다. 예컨대 음악·디자인·마케터 등 감각이 앞선 각계각층의 직업인 100명을 100일간 인터뷰하고 그들이 추천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매일의 가이드' 등은 29CM만의 차별화한 마케팅 전략이다.
이 같은 쇼핑 편의성과 차별화된 브랜드로 29CM는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이 높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29CM의 회원 수는 338만명이다.
무신사는 스타일쉐어, 29CM를 플랫폼별 고유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다. 특히 통합 전략 수립과 시너지를 위해 입점 브랜드 성장 지원 혜택과 플랫폼 고도화를 위한 인프라 부분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고 패션 플랫폼이 보유한 1020세대 빅데이터가 성패를 가를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했다”면서 “아직 패션 플랫폼 시장에 패자가 등장하지 않은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