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작한 '제2 벤처 붐' 챌린지가 1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으로 출발한 챌린지는 창업 생태계에 몸담고 있는 창업자와 벤처투자자·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으로 이어졌다.
챌린지가 한창이던 지난 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제2 벤처 붐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스타트업과 벤처 산업은 제2의 벤처 붐으로 불릴 정도로 그야말로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제2 벤처 붐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더 확산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창업 생태계가 20여년 만에 다시 찾은 활력을 반기는 기색이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제2 벤처 붐'이라는 표현이 과거 첫 번째 벤처 붐처럼 거품으로 꺼질 수 있다는 우려부터 '벤처 붐'이라는 표현이 지금의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 분위기를 온전히 담기에는 부족하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일부 성공 기업인의 내부 잔치라는 평도 적지 않다. 제2 벤처 붐 챌린지 참여자 대부분은 유력 벤처기업인과 공무원, 지원기관 직원에 그친다. 스타트업·벤처기업 직원이나 일반 국민의 참여는 찾아보기 어렵다. 개방형 혁신을 함께해야 할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종사자도 보이지 않는다. 제2 벤처 붐이라는 구호는 아직 좁은 생태계 내부에만 머물러 있는 듯하다.
제2 벤처 붐이 일부 기업인과 투자자만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과거 일부 기업과 투자자의 도덕성 해이는 결국 벤처 거품 붕괴로 이어졌다. 이상 과열을 견제할 장치도 마땅히 없었다.
20여년 만에 다시 찾아 온 활기를 이어 가기 위해서는 벤처 붐도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무엇보다 자생력을 갖춘 생태계 조성이 중요한 시점이다. 대기업이 자연스럽게 생태계에서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금융기관도 장터에 적극 참여해 유망 기업을 성장시키는 연결고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창업자와 직원이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기업문화 역시 필요하다.
고립된 생태계는 큰 힘을 내기가 어렵다. 제2 벤처 붐이 여러 기업과 주변 생태계, 일반 국민까지 공감할 수 있는 잔치가 되길 희망한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