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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주문하다 보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을 항상 콘이나 컵 위에 수북이 담아 준다는 점이다. 좀 더 큰 용기나 콘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작은 용기에 한가득 담아주는 것이다. 왜 아이스크림 가게는 항상 콘이나 컵이 넘칠 정도로 아이스크림을 수북이 담아주는 것일까? 이 속에는 의외로 우리의 인지적 편향성을 고려한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차이에 근거한다.

사실 고객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만 제시하고 지불 의사를 묻는 방식은 절대평가 방식인데 반해 두 가지 형태 아이스크림을 함께 제시하고 지불 의사를 묻는 방식은 상대평가다. 우리가 무언가를 평가할 때 평가 방식이 절대평가인 경우에는 직관적으로 쉽게 가름할 수 있는 부분에 의존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스크림 경우에는 컵 위에 수북이 담겨 있는 모습이 여기에 해당한다.

쇼핑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인 영업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 역시 절대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절대평가에서는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특별한 사례에 더욱 주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인의 입을 통해 전달받은 정보에 대한 신뢰가 객관적인 정보로부터 얻게 되는 신뢰보다 훨씬 큰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제품을 구매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정보는 객관적인 정보와 주관적인 정보로 나눌 수 있다. 객관적인 정보는 제품에 대한 이용자 만족도 조사 등이 해당한다. 주관적인 정보는 주변 지인 평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두 가지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인터넷TV를 타사 제품으로 교체할까 고민하던 차에 친하게 지낸 직장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첫 번째 경우에는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80% 고객이 만족한 상황이다. 또한 이 제품에 대해 친한 직장 선배 역시 강추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 경우에는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90% 고객이 만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한 직장 선배가 자신이 해당 제품을 사용해 봤지만 별로라고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만류하는 상황이다.

이상과 같은 상황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첫 번째 경우에는 인터넷 TV를 교체하지만 두 번째 경우에는 기존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선배 사용 경험은 1000명 고객 경험 중 하나에 불과하다. 객관적인 사실만을 비교한다면 1000명 중 80%가 만족도를 표현한 첫 번째 경우보다 1000명 중 90%가 만족도를 표현한 두 번째 경우가 100명 가까이 만족도가 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선배의 특수한 경험에 더 큰 가중치를 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비교 대상이 많지 않아 절대평가 상황에 놓이거나 아니면 대상을 평가할 만한 자체적인 지식이 부족한 경우에 더욱 자주 유발된다.

우리가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필요한 만큼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고객들이 곧잘 기업이나 매장에서 제시한 내용만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하는 절대평가 상황에 놓여야 할 때가 많다. 기업가라면 당연히 이러한 상황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지금 고객에게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고 싶은 창업자가 있다면 객관적인 입증 자료 못지않게 선 구매자 추천 경로 내지 지인 추천 경로를 만들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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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