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공입찰 '발주사 입찰담합' 규제 사각

공정위, 연구용역 결과 '임직원 검은 커넥션' 가능성 높아
현행법상 대책 없어...국가계약법 등에 별도 조항 설치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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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연합뉴스]

#공공기관 A사업 업무담당자는 경쟁 입찰 이전에 사업 수주예정자를 정해서 관련 사업을 협회에 미리 알려줬다. 이 같은 정보를 통보받은 사업자는 서로 합의, 들러리를 세우고 지정한 사업자가 지속 사업을 수주하도록 협조했다.

공무원·공공기관 등 공공입찰 발주사가 입찰 담합에 관여하는 부정행위를 제재하기 어려워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발주처 임직원의 입찰담합 관여 실태와 규율 방안' 결과를 연구용역 과제로 발주했다. 본보가 입수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영역 발주사는 입찰사업에 관여할 가능성이 짙다는 분석 결과가 도출됐다. 보고서는 실제 연구 과정에서 입찰 참여 사업자를 인터뷰하고 이 같은 행위 실태를 파악했지만 개인정보 문제로 결과물은 비공개에 부쳐졌다.

입찰 담합은 발주자가 의뢰하는 경매목적물에 대해 복수 입찰 참여자가 거래 조건이나 낙찰자를 미리 조정해서 경쟁 질서를 왜곡하는 행위다. 정부의 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저해하고 정보기술(IT) 시장의 기술 개발과 경영 혁신 유인을 억제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만일 입찰 참여 사업자뿐만 아니라 공공발주사가 담합 행위에 관여하면 입찰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보고서는 발주사 입찰 담합 관여 행위로 △공공 부문 발주에서 입찰 참여자 부족으로 유찰될 것을 염려해 입찰 참가자에게 들러리 입찰을 세우라고 교사 △발주자가 특정 업체를 봐주기 위해 구매 규격을 특정하거나 사전에 구매계획 일정을 누설하는 사례 등을 꼽았다.

문제는 발주사가 담합행위를 관여·조장하더라도 현행법상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규제 대상이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로 한정돼 공공입찰 사업을 발주하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제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간 사업자가 아닌 발주기관 등의 짬짜미, 검은 커넥션을 잡아낼 법이 없는 셈이다.

보고서는 현행법상 발주사 담합행위를 방지할 대책이 없기 때문에 발주사 관여를 막는 별도 조항을 아예 국가계약법이나 공정거래법에 설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정거래법에 '발주처 임직원의 입찰담합 금지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항은 △발주기관 임직원이 사업자 등에 담합을 지시하고 낙찰자를 미리 지정하거나 특정한 자가 낙찰되는 것을 희망한다고 알리는 행위 △입찰·계약 정보를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에 알리는 행위 △사업자, 사업자단체 등의 의뢰를 받아 입찰 참가를 특정하거나 담합을 방조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도출된 만큼 담합 관여 사례가 발생하면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을 지시하고 있다”면서 “법안 개정은 국가계약법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 여러 요인 및 절차를 고려하는 등 중장기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T업계는 발주사의 입찰 관여 행위 금지를 제도화하면 공정한 경쟁 환경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담합행위로 유지·보수 전문 업체가 특정 공공기관이나 정부 부처의 유지·보수 사업을 오랫동안 관례적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9일 “기존 사업자와 이해관계에 있는 발주사가 입찰에 관여하지 못하게 된다면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 간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다”면서 “발주사도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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