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부과 움직임에 반발
법무법인 태평양, 법리 검토 결과
"방송 전파 사용않는 모바일 부문
분담금 의미 지는 것은 원칙 위반"
홈쇼핑 모바일 판매 실적을 방송통신발전기금 산정 대상에 포함할 경우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송 전파를 사용하지 않는 모바일 부문까지 분담금 의무를 지는 것은 법률 해석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홈쇼핑 사업자의 최근 2년간 모바일·온라인 매출 자료를 받아 검토 중이다. 홈쇼핑은 해마다 TV 방송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13%를 방발기금으로 내고 있는데, 앞으로는 모바일 연관 실적도 포함하겠다는 접근이다.
홈쇼핑 업계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사업 중심을 모바일로 옮긴 상황에서 재무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 문제점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방발기금 징수기준 변경과 관련해 법리 검토를 진행한 결과 위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발전법 제25조 제4항에서 규정한 '전년도 결산상 영업이익'은 방발기금의 취지가 방송통신의 진흥 지원인 점을 미뤄볼 때 부담금의 헌법적 정당화 요건에 따라 '전년도 방송사업 관련 결산상 영업이익'으로 해석된다. 홈쇼핑의 모바일 매출은 방송사업 관련 매출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법률 해석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또 홈쇼핑 사업자가 단지 방송사업 승인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인허가 대상인 방송사업과는 관련성이 낮은 모바일 매출까지 인과관계에 대한 객관적 근거나 기준 없이 분담금 산정 대상에 포함하면 부당한 차별로 평등 원칙을 위반한 것이 된다.
무엇보다 고시에서 법률이 위임하지 않은 분담금의 산정 대상금액을 독자적으로 정하는 것은 위임 입법 한계를 일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통법에서 규정한 고시에 위임한 사항은 분담금의 징수율과 절차 등 세부사항이며 대상 금액은 본질적 사항으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방발기금이 준조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행정기관 고시 개정만으로 실질적으로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고시 개정을 통해 홈쇼핑 TV뿐 아니라 모바일 실적도 기금 산정 금액에 반영하는 방안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실무적 문제도 있다. 홈쇼핑 모바일 매출과 방송사업간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방송 시청 고객이 모바일로 주문한 것인지, 방송 시청과 관련 없이 모바일 서핑을 통해 구매한 것인지 주문 유입 경로의 객관적 파악이 불가하다. 또 방송 프로그램 시간대에 맞춰 모바일 매출을 집계하려면 수시로 발생하는 고객의 주문과 반품·취소 등을 지속적으로 추적 관리해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무엇보다 홈쇼핑의 모바일 판매는 방송사업자로서 실적이 아니라, 통신판매업자로서의 실적이라는 점에서 반발이 거세다. 그럼에도 과기부가 모바일 실적을 기금 산정에 포함하려는 것은 홈쇼핑의 모바일 판매 비중이 TV 채널을 앞지르면서 징수액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홈쇼핑 전체 취급액 중 디지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50.2%로 TV채널을 제쳤다. 홈쇼핑의 TV 판매 의존도가 줄면서 업체들이 낸 방발기금도 2015년 672억원에서 2018년 596억원, 2019년 490억원으로 해마다 감소세다.
다만 정부는 홈쇼핑 업체들이 방송에서 모바일 전용 쿠폰 배포 등 모바일 매출 증대를 꾀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기금을 납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홈쇼핑 모바일 매출을 방발기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국회 의견을 받아 타당성 등을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향후 기금 산정에 모바일 매출을 포함할 경우를 대비해 홈쇼핑 모바일 매출 실적 자료 제출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