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장 제정식 환담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에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 한국 정부와 국민의 불안감을 전했다. 이보다 앞서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 '잠정조치'를 포함,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유엔 해양법 협약 가맹국이며, 우리 정부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 이는 유엔 해양법 협약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이 있을 때까지 발동하는 긴급 구제 방안이다.
정부가 강경 대응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일본은 여전히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신임을 얻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미국은 공개적으로 일본 지지를 표했고, 러시아도 오염수를 방류하는 상황에서 반대 표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염수 영향권 밖에 있는 유럽이나 다른 나라는 아예 관심도 없다. 그나마 중국이 우리와 함께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공조 체제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방류에 따른 직접 피해국인 우리만 속이 타는 심정이다. 사태가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대책보다는 책임론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안을 명확하게 봐야 한다. 우선은 방류 결정까지 정부가 손 놓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방류 결정까지 대책회의가 한 번도 없었다면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더욱더 근본 배경은 경직된 한·일 관계에서 찾아야 한다. 한·일 관계가 최악 상황이다. 일본과의 모든 외교 라인은 이미 단절된 지 오래다. 일본도 잘못했지만 이제는 현실을 봐야 한다. 국경을 사실상 맞대고 있는 두 나라 관계가 꼬여 봐야 득이 될 게 없다. 외교는 철저히 실리다.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쓸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원전 오염수 방류는 빙산의 일각일 공산이 크다. 하루빨리 외교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두 나라가 아웅다웅 다툴수록 주변국은 쾌재를 부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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