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 '더 그랜드 컨소시엄'
수자원공사와 5개월 협상에도 계약 불발
국토부 '정당 사유' 있는지 법률검토
기한 연장·차상위 대상자 협상 '기로'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가 민간부문사업자 계약 지연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을 기한 내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다시 국토교통부로 공이 넘어왔다. 기한을 연장할 지, 차순위 협상 대상자와 협상을 시작할 지 검토 중이다.
14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 그랜드 컨소시엄'이 기한 마지말 날인 12일까지 합의서를 체결하지 못했다.
국가시범도시는 민간혁신기술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민간부문사업자와 공공부문사업자로 구성된 SPC가 건설·운영을 맡게 된다. 지난해 12월 공모를 통해 민간부문 우선협상대상자로 '더 그랜드 컨소시엄'이 선정된 바 있다. 더 그랜드 컨소시엄에는 한화에너지, NH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이 대표 3사로 참여하고 20여개 기업이 참여사로 들어가 있다.
더 그랜드 컨소시엄과 한국수자원공사(K-워터)는 5개월 가까이 협상을 벌였으나, 예정된 기한인 4월 12일까지 계약을 하지 못했다. 기한을 불과 이틀 앞둔 10일 새벽에야 협상이 끝났으며, 협상안에 대한 컨소시엄 내부 조율을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공무 지침에는 정당한 사유없이 기한 내 계약을 하지 못할 경우 취소할 수 있으며 차순위 협상 대상자와 협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토교통부는 더 그랜드 컨소시엄의 입장을 들어본 후 정당한 사유인지 아닌지 법률검토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률검토 결과에 따라 3가지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 어떤 방식이든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 입찰 과정에서부터 유찰 등으로 사업 추진이 미뤄진 상황이어서 국토교통부 부담은 더욱 커졌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협상기한 연장을 통해 협상을 마무리하고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컨소시엄 내부 조율 정도가 남은 상황이어서 며칠 정도 더 기한을 연장해 주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형평성 논란이 빚어질 수 있어 국토부는 법률검토를 우선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한 내에 합의서 체결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심사에서 2순위가 됐던 컨소시엄과 SPC 구성 협상을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공모에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LG CNS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참여했으나 더그랜드컨소시엄에 밀렸다. 한수원 컨소시엄은 토지가격에서 더 그랜드 컨소시엄에 밀렸던 만큼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면 투자규모는 줄어든다. 규모 차이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혁신성에서는 앞섰다. 새로 협상을 시작하기 때문에 사업 착수가 더 늦어진다는 것은 단점이다.
2순위였던 한수원 컨소시엄이 협상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작업은 다시 공모해야 한다.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민간 사업자 선정은 입찰 당시부터 두 차례 미뤄진 바 있다. 처음 의향서를 냈던 한수원과 LG CNS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단독입찰이 분명한 상황이 돼 재공고를 냈다. 재공고에서 한수원 컨소시엄이 단독입찰을 하면서 재입찰을 거쳐 12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바 있다.
세종은 10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지난 1월 계약까지 마무리하면서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콘셉트 수정으로 오히려 사업이 늦어졌던 세종보다도 부산이 사업자 선정에서 애를 먹으면서 사업 추진이 미뤄지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던 부산에서 다시 제동이 걸리면서 스마트시티 추진 동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의 입장을 먼저 받아 법률검토를 거칠 것”이라며 “숙고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