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시장에 새로운 투자기법이 추가되고 있다. 조건부 지분전환계약(CN), 투자조건부 융자(벤처대출)까지 다양하다.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초기기업에 투자 결정이 더욱 빨라지고, 성장 단계 기업은 지분가치 희석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벤처투자업계도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유인책이 될 것이라며 제도 도입을 반긴다.

조건부 지분전환계약은 기업가치를 정하지 않고 우선 투자한 뒤 후속투자에 따라 가치가 정해진다. 후속투자가 있기 전까지는 원리금을 받고, 이후에는 전환사채(CB)로 바뀌는 계약이다. 투자에 따른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앞서 도입된 조건부 지분인수계약(SAFE)과는 다르다.

조건부 지분전환계약은 특히 공공영역에서 환영한다. 예산 문제로 위험 투자에 손쉽게 나서기 어려운 공공기관의 특성 때문이다. 이자를 통해 위험을 줄이면서도 향후 성장에 따른 실적 공유도 기대할 수 있다. 투자과정에서 다툼과 협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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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조건부 융자는 벤처투자를 이미 받은 기업에게 제공하는 대출이다. 기업이 대출 기관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면,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저리로 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상환은 후속투자자금으로 하면 된다. 신주인수권은 융자 금액의 1~2%선에서 별도 계약을 체결한다. 이 제도 역시 모험투자에 제한이 있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관심이 많다.

민간에서도 도입되는 제도를 실제 투자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자금을 차입할 수 있는 투자목적회사(SPC)를 펀드 아래 두고 신주인수권을 인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위험도와 기업 규모에 따라 투자 기법을 달리해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선진 투자기업이 시장에 속속 도입되는 상황을 반기고 있다. 복수의결권 도입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 역시 긍정적으로 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 시장이 커지면서 이제 VC도 글로벌로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외국계 자본과도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으려면 다양한 투자기법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