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자세로 인해 골반이 틀어졌으며, 그로 인해 발생한 통증입니다.”
3년 전 요통으로 찾은 정형외과에서 의사가 나에게 한 말이다. 오랜 기간 앉는 자세가 잘못 되었고, 그로 인해 골반이 약간 틀어졌다는 진단이었다. 진료를 보면서 의사가 바른 자세를 잡아 주었는데, 평소 내가 생각하는 바른 자세와는 차이가 있었다. 회사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문득 생각날 때마다 바른 자세로 앉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했지만, 그렇게 '내가 노력했던 바른 자세'가 결국 '잘못된 자세'였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이러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은 당뇨·혈압과 유사한 생활 습관성 질환으로, 오랜 기간 바르지 못한 자세가 주원인이다. 당뇨병 환자는 매일 혈당수치를 모니터링하고, 고혈압 환자는 매일 혈압을 모니터링하며 관리하지만, 자세에 대한 모니터링 방식은 전무하다. 내 자세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교정·관리가 된다면,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요통으로 시작된 해결방안 고민에 대한 해답 중 하나를 '미래 자동차' 기술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자동차는 운전자의 자세를 실시간 측정 가능하고, 운전자의 자세 정보를 확보하는데 유리하다. 만일 자동차 내부의 정보를 활용해 운전 자세를 모니터링 하고, 교정을 할 수 있다면,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결론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 받는 수많은 자동차 고객 요구를 만족시킬 수도 있다.
바른 자세란 신체 균형이 잘 맞는 상태를 나타내며, 입체적으로 몸의 앞과 뒤, 좌우 모두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상태다. 시트에 하중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센서가 여러 곳에 설치한다면 올바른 자세로 운전 중인지 구분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운전석 엉덩이 부분 좌·우에 하중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하나씩 있고, 측정 결과 좌·우 하중 분포가 55:45로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당연히 하중이 왼쪽으로 쏠린 잘못된 자세이다. 분포 정보를 모른다면 잘못된 자세를 깨닫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척추나 골반이 휘어 통증이 발생한 뒤 병원에 가서야 자세에 대해 듣게 될 것이다. 반면에 하중 분포를 차량 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면, 승차자는 '내 골반이 왼쪽으로 틀어졌구나, 앞으로는 의도적으로 오른쪽으로 기울어 앉아야지' 생각할 것이다.
물론 다음 승차 시에도 하중 쏠림이 발생할 수도 있으나, 계속적으로 자기 자세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피드백을 관리해 결과적으로는 바른 자세로 앉게 될 것이다. 부수적으로 차량 하차 시, 운전자에게 도움이 되는 맞춤 스트레칭 동작을 알려준다면 효과는 더 좋을 것이다. 당연히 센서의 갯수가 늘어나면 자세에 대해 보다 정밀하게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차내 영상 센서를 추가한다면 승차자의 자세를 좀더 정확하게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모니터링으로 얻게 되는 개인의 자세 데이터는 차량에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정보를 전송해 다양한 분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모든 산업 환경에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중요해 지면서, 개인 데이터 확보나 객관적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오랜 기간 모니터링돼 축적된 자세 데이터는 정형외과 진료 시 기초 자료로 활용돼 환자 맞춤형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안마 의자에 활용한다면, 고객의 정보에 맞춰 자세 교정이 필요한 부위, 뭉치기 쉬운 부위를 집중 관리할 수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