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개정 착수
투자 미끼 불공정 계약 부작용 대두
상환전환우선주에서 상환권 제외
年 15% 지연이자율 12% 수준 축소
벤처캐피털이 창업 3년 미만 초기기업 대상으로 조기에 투자원금 상환을 요구하는 일이 제한된다. 초기기업에 위약금이나 약정금 등 다른 명목으로 마치 이자처럼 정해진 금액을 강제로 부과하는 조항 역시 투자계약에 담을 수 없다. 초기기업에 투자를 미끼로 하여 불공정 계약을 요구하는 부작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개정에 착수했다. 벤처캐피탈협회, 액셀러레이터협회 등을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중에 해설서를 배포한다.
우선 정부는 창업 3년 이내 초기 단계 기업부터 창업 중기 기업까지 적용되는 투자계약서에 벤처투자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투자 방식인 상환전환우선주(RCPS)에서 상환권(R)을 제외하도록 권고했다. RCPS는 상환권과 전환권, 이익배당·청산 등에 대한 우선권 등이 추가로 있는 주식을 의미한다.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위해 국내외에서 널리 쓰인다.
그동안 기업에 이익이 발생할 경우 투자한 금액을 일시에 상환하도록 정한 권리는 투자자에게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30일 “일부 투자자 중심으로 특별상환권을 추가해서 2년 만에 원금을 일시 상환하도록 강제하고, 제때 상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년 원금에 15% 수준에 이르는 지연이자를 물리기도 했다”면서 “상환금 조달을 위해 생각하지도 않은 대출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후속 추가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불공정 투자계약은 벤처투자 시장이 커지면서 사모펀드, 개인투자조합 등 일부 투자자 중심으로 확산돼 왔다.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투자자까지 벤처투자 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조기에 자금 회수가 필요한 투자자 중심으로 계약서에 여러 독소조항을 삽입하는 일이 있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투자금의 조기 상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중기부는 표준계약서 개정을 통해 초기기업에 대한 상환권 계약을 지양하는 동시에 연 15%에 이르는 지연이자율도 12% 수준까지 축소하기로 했다. 민간 투자자에게 보통주 또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등 초기 투자기업에 불리하지 않은 방식의 투자가 확대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초기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상환이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중기부는 개정된 투자계약서 적용을 벤처캐피탈협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공공기관이 시행할 조건부지분전환계약 등에도 표준 투자계약서 사용을 강력하게 권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창업기업이 초기 투자 유치 과정에서 겪는 불공정 투자계약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면서 “민간과 공공 투자에서 모두 표준안을 확대 적용, 초기기업의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