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문윤성 SF 문학상' 공모전에서 장편소설 '지금, 여기, 우리, 에코'가 100대 1이 넘는 경쟁을 뚫고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가상현실 학교'라는 독특한 과학 소재를 중심으로 유령, 비밀의 방 등 초자연 현상과 판타지 요소를 적절히 배합해 '기술을 통한 격리와 배제'라는 문제의식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끌어낸 작품이다.
문윤성 SF 문학상 운영위원회는 '2021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에 최의택 작가의 '지금, 여기, 우리, 에코'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했다. 전자신문이 주최하고 아작이 주관하며 알라딘·문윤성기념사업회가 후원한 '2021 문윤성 SF 문학상'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간 작품을 공모했다. 이후 2개월 동안 예심과 본심을 통해 총 109편의 응모작 가운데 대상 한 편을 선정했다. 김초엽·이다혜·천선란·문목하 작가와 민규동 영화감독이 심사에 참여했다.
'지금, 여기, 우리, 에코'는 2050년을 전후한 가까운 미래에 완전몰입형 가상현실 학교 '학당'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출몰한 유령의 비밀을 찾아내려는 10대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추리소설 같은 전개 끝에 유령의 정체가 밝혀지며, 이 과정에서 첨단 미래기술이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소수자 문제를 제기한다. 학당·홍문관·육조거리 등 조선시대 용어나 게임 용어를 차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끌어냈으며, 장애인 등 차별받는 소수자에 대한 깊은 관심을 시종일관 유지한 점이 특징이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초엽 작가는 “다양한 정체성을 띠면서도 정체성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입체적 인물 조형이 매우 인상적”이라면서 “뛰어난 SF는 세계의 가려진 뒷면을 드러내 독자의 인지적 확장을 유도하는데 '지금, 여기, 우리, 에코'는 우리 현실을 달리 바라보게 만드는 SF로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민규동 감독은 “섬세하게 세공된 글을 삼키고 씹어 보는 원초적인 소설의 맛과 함께 SF가 그려 주는 새로운 세계의 묘한 멋이 이음 선 없이 포개졌다”고 평했고, 이다혜 작가는 “기술이 발전해도 해결되지 않는 소수자 배제라는 이슈와 맞서려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학원물의 경쾌한 톤과 어우러졌다”고 했다.
1991년생 31살인 최의택 작가는 고교 자퇴 이후 독학으로 글쓰기를 배웠으며, 단편소설로 2019년 제21회 민들레문학상 대상 및 예술세계 신인상을 수상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원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4월 중순에 열린다. 수상작은 6월 아작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문윤성 SF 문학상은 1965년 국내 최초로 장편 SF 소설 '완전사회'를 발표해 문단에 충격을 준 문윤성 작가를 기려 제정됐다. 2022년 제2회 공모에는 장편소설 외 중단편 부문을 신설, 한국 SF 문학의 지평을 넓힐 계획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