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경영 전부 손 뗐다...'정의선 체제 완성'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마지막 남은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오는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룹 총수(동일인)로 정의선 회장을 지정하면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체제'로의 전환이 모두 마무리된다.

현대모비스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성환 사장, 배형근 재경부문장(부사장), 고영석 연구개발(R&D) 기획운영실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을 의결했다.

현대모비스 사내이사는 모두 4명인데 박정국 대표이사가 현대차로 옮기면서 자리가 하나 비게 됐다. 여기에 정몽구 명예회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물러나면서 총 2명이 추가 선임됐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의 사내이사직에서 차례차례 물러나면서도 현대모비스 이사직은 유지했지만 이날 현대모비스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며 그룹 내 공식 직함을 모두 내려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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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이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2월 이사회에서 정 명예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해 3월 현대차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정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에게 넘겨줬다.

이에 공정위가 5월 그룹 총수(동일인)로 정의선 회장을 지정하면 정의선 체제로의 전환이 마무리된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을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어 그룹 전반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기업 총수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해 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한 상태”라면서 “동일인 변경이 이뤄지면 21년 만에 총수가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를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하다.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역할뿐만 아니라 정 명예회장이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1970년 현대차 서울사업소장으로 입사해 현대건설 자재부장, 현대차 이사 등을 거쳐 1977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의 초대 사장을 맡았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컨테이너와 H빔 제조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현대정공을 통해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 점유율을 30% 넘게 확보하며 주목을 끌었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1987년 현대정공 회장에 취임, 현대정공 사업목적에 '자동차제조판매업'을 추가하며 자동차 사업을 본격화했다. 현대정공이 1991년에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갤로퍼'가 이듬해 판매량 2만3700여대, 시장점유율 52%를 달성하면서 정 명예회장은 자동차그룹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정 명예회장이 지난 2000년 현대차그룹 회장에 오르고 사명이 바뀐 현대모비스는 각종 사업을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이전한 후 고부가가치 모듈 등 자동차 부품 생산에 역량을 집중, 세계 7위의 자동차 고부가가치 모듈생산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편, 이날 현대차도 주주총회를 열고, 첫 여성 사외이사도 선임했다. 현대차는 이날 오전 양재동 사옥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의 75.8%가 참석한 가운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현대차의 첫 여성 사외이사인 이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항공우주 분야 전문가로, 2019년 국내 교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항법학회 이사로 선출됐으며, 한국 항공우주학회 최초 여성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세청 출신인 심달훈 우린조세파트너 대표가 사외이사로, 사내이사로는 하언태 사장이 재선임됐고, 장재훈 사장과 서강현 부사장이 신규 선임됐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인사말에서 “중국과 상용 시장 등 부진한 분야를 적극 개선, 사업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가져가겠다”면서 “신형 투싼과 팰리세이드, 크레타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SUV 판매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고 품질 신뢰 회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현대로템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도 잇따라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등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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