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른바 '4대 암호화폐 거래소'라는 표현이 관용적으로 쓰인다. 국내 거래소 가운데 은행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을 일컫는 용어다. 이 단어가 등장한 지 3년이 넘어가지만 5대 또는 10대 거래소라는 표현은 쓰이지 않는다. 다른 거래소들의 노력이나 경쟁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신규 실명확인계좌 발급 사례가 이후로 전무했기 때문이다.
4대 거래소 가운데 한 곳은 부실한 운영으로 이용자의 원성이 자자하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본인 인증 시스템을 수정하지 않아 잃어버린 이용자 계정과 패스워드를 찾을 방법이 없다. 상담 인력 부족으로 매번 고객센터 연결도 불통이다. 상담 신청을 해 놓아도 언제 올지 모르는 상담원의 답장을 놓치면 또 무제한 대기하는 일이 반복된다.
다른 거래소로 옮기고 싶어도 출금이 사실상 막혀 있다. 출금 제한 조치를 풀려면 화상 통화를 통해 이용자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고객센터가 이를 처리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시중 금융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보름이나 출금이 막히면 난리가 난다. 코인 거래가 몰리면 거래소 서버가 다운되는 일도 빈번하다. 공정한 경쟁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다. 보완 노력 없이도 신규 투자자가 4대 거래소로 몰리고 있으니 나오는 '배짱 영업'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4대 거래소가 기술 역량이나 서비스 수준을 반영한 표현은 아니다. 자기자본 규모, 24시간 거래대금 등을 따지면 더 상위의 우위를 점한 곳도 많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확보하고 금융권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한 곳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이들이 저렴한 수수료와 혁신적인 서비스로 무장해도 '마이너 거래소' 오명을 벗기 어렵다.
25일부터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본격 시행된다. 4개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100여곳은 뛰어난 운영 역량을 입증해도 공식적인 '비 제도권 거래소'로 묶인다. 공정한 시장 위에서 이용자와 시장이 전해 주는 4대 거래소의 등장이 요원하다. 은행이 정해 주는 4대 거래소는 이제 사어(死語)가 돼야 한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