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산업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시기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정부와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됐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가진 기업이 산업 혁신을 이끄는 핵심으로 부상한다. 일부 산업에 국한 됐던 SW 적용이 금융, 의료, 엔터테인먼트 등 전 분야에서 활발히 일어난다.
우리나라 SW 산업이 다시금 요동치는 시기다. 최대 회원사를 보유한 한국SW산업협회의 어깨가 무겁다.
한국SW산업협회는 지난달 조준희 신임 회장을 선임하고 새로운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조 회장은 매주 2회가량 협회로 출·퇴근하며 업계 현안을 챙기는 중이다.
취임한 지 열흘정도 지난 지난주, 서울 송파구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조 회장은 “이름이 기억되기 보다는 임기 동안 해결한 업적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협회장으로서의 목표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지난달 말 제18대 한국SW산업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소감은.
▲SW협회가 32년의 역사를 가졌다. SW산업을 대표하는 단체인 만큼 협회장으로써 무게가 막중함을 느낀다. 그동안 협회장이 쌓은 업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협회장직을 안정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역대 협회장 가운데 최연소 회장이다. 앞으로 2년간 새로운 협회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려한다. 지난달 24일 취임 다음날부터 협회 팀별로 업무 보고를 받았다. 빠르게 업무를 파악했다. 협회 산하 3개 위원회와 회장 자문기구인 심의위원회 위원장 위촉을 연이어 진행했다. 이번에 선임된 분야별 위원회 위원장이 회원 소통을 기반으로 협회 정책과 사업 추진방향, 목표 등을 함께 수립할 계획이다.
-지난달 취임사에서 회원사와 산업계 소통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진행할 예정인가.
▲회원사 소통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협회가 SW를 대표하는 법정단체이니만큼 회원사와 산업계 의견이 정부나 부처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회원사 의견이나 애로사항을 제대로 대변하기 위한 소통체계가 필요하다.
협회는 9000여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다. 회원사 의견을 협회가 모아 한목소리를 낼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회원사에 힘이 되는 협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회원사의 의견을 제대로 들어야한다. 협회 산하 정책제도위원회를 필두로 협의회, 위원회, 분과 등을 통해 소통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회원 간 소통과 협회가 추진하는 사업과 활동을 회원사에 잘 전달하기 위해 협회와 회원사간 스킨십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회원사가 협회를 쉽게 활용하도록 '(가칭)SW산업협회 100% 활용하기'라는 활용 가이드를 제작해 제공하려한다.
'회원사 사업지원센터'를 신설·운영해 개별회원은 물론 회원 간 협력을 지원하겠다. 센터는 협회 사업은 물론 부처별로 산재한 각종 지원 사업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나아가 원하는 회원에게 적합한 사업을 매칭해주는 역할까지 발전해나갈 계획이다.
협회 산하 협의회를 통해 회원간 소통과 교류를 적극 지원하겠다. 회원사가 필요로 하는 협의회는 추가 발족을 고려하고 있다. 협의회 중심으로 컬래버데이를 개최해 회원사 간 협력 강화를 통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발굴 되도록 지원하겠다.
이밖에도 '양방향 소통플랫폼'을 구축해 회원사와 활발한 소통과 효과적인 정보 전달을 실현하겠다.
-SW 관련 다양한 정책이 시행 중이다. 이 가운데 해결이 시급하거나 지원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와 상생이 중요한 화두다. 네이버, 카카오 등 시장 지배력을 갖춘 플랫폼 사업자는 이제 중개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다양한 서비스 영역까지 진출하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 SW기업 비즈니스가 위협받고 있다. 특히 우수 인력이 플랫폼 사업자로 유출되며 인력 이슈까지 발생되고 있다.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가 전문 SW 기업 제품을 도입하기보다 대부분 자체 구축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이 같은 문제는 더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 사업자와 전문SW기업 간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 올해 중점적으로 이 부분을 살펴보고 정부 등과도 논의해 상생 방안을 모색하려한다.
SW진흥법 현장 안착도 올해 중요한 부분이다. 공공 SW사업 선진화를 위해서 제·개정된 SW진흥법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 중이다. 협회가 SW진흥법 개정 활동에 참여한 만큼 제도가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지속 점검할 계획이다. 업계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정부에 전달하는 등 법적 실행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려한다.
불공정 관행 개선은 지속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SW가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여전히 대·중소업체 간, 원·수급사업자 간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만연돼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작년 금융공공기관의 SW사업 불공정 계약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협회 주도하에 개선방안을 공론화해서 금융권의 자진시정안을 마련했다.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이 잘 성장하도록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 활동을 계속 추진하겠다.
-게임, 인터넷 기업뿐 아니라 비 정보기술(IT) 산업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위한 개발자 채용에 적극 나선다. 이 때문에 SW업계 인력난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높다. 어떤 해결 방안을 갖고 있나.
▲SW업계 인력난은 전반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와 재직자에게 어떻게 새로운 역량을 갖추도록 할 것이냐 두 가지로 봐야한다.
먼저 인력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 사업을 지속 늘리려한다. 정부 국책 과제 외에 자체 교육사업도 단순 센터 개념을 넘어 클러스터 규모로까지 확장해야한다.
게임사, 플랫폼 회사 등에서 고연봉을 제시하며 인력을 데려가지만 우리 업계도 강점이 있다. 연차가 낮은 직원의 경우 연봉금액에 관심이 많겠지만 일정 직급 이상은 본연의 업무인 개발 업무를 지속하고 싶어 한다. 게임사나 플랫폼사는 대부분 개발보다는 시스템 운영(오퍼레이팅) 업무에 치중됐다.
SW 기업이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 SW 기업 본연의 업무인 SW 개발에 직원 역량이 집중되도록 지원하고, 고난이도 기술 개발까지 가능한 직원 양성에 주력하면 된다. 개발자도 단순 임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순수 개발과 회사의 성장, 복지 등에 주목할 것이다. 이를 위해 SW 기업의 안정적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 협회는 회원사가 'SW 제값받기'를 통해 수익을 높이고 이를 내부 개발자와 직원 복지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주력하겠다.
협회는 재직자 역량 강화 교육도 지원한다. 지난해 3000여명 대상으로 재직자 교육을 진행했다. SW직무별 역량체계(ITSQF)의 표준을 바탕으로 기존 재직자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올해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임기 동안 업계에 어떤 이정표를 남기고 싶은가.
▲지난해까지 협회 정잭제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SW진흥법 개정 건의 등 산업의 정책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이제는 협회장으로서 회원사와 산업계 전반의 이슈를 아우르며 SW업계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정책과 사업 제안, 규제개선 건의 등 이슈를 주도하려 한다.
취임사에서도 밝혔고 지금도 협회에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회원사에 힘이 되는 협회'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협회'다. 협회 사무국 행복지수도 높이려한다.
앞으로 SW는 모든 산업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으며 미래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SW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회원소통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의견을 모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부처와 인력양성 등 협업할 사안을 찾으려한다.
지역도 중요하다. 지난해 지역협의회가 세 군데 만들어졌다. 지역 협의회를 방문하면서 지역의 애로사항을 청취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늘면서 지역 프로젝트가 많아졌다. 세 개의 지역협의회를 거점으로 지역 협의회 회원사가 현지화를 주도하고 서울경기 지역에서 핵심 SW 제품을 공급하는 형태로 협업하면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본다.
누구보다 SW 산업을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 중요한 안건은 반드시 임기 동안 해결하고 떠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뛰겠다.
정리=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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