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지자체 기간통신사업자 허용은 통신 포퓰리즘”

과기정통부, 전기통신법 개정안 '찬성'
자가망으로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 가능
통신사 "민간산업 규정한 법 근간 훼손"
혜택 받는 지자체와 직접경쟁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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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방자치단체의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에 대해 찬성 입장을 표명, 통신사가 항의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지자체가 기간통신사로 등록하면 자가망을 활용, 지역민에 통신서비스를 무상 제공하는 게 가능하다.

통신사는 이 같은 정책이 정치권의 무분별한 '통신 포퓰리즘' 남발을 유발하고 통신 산업을 민간 영역으로 지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근간을 훼손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지자체 자가망통신서비스 '찬성'

과기정통부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적정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국회 사무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안)은 전기통신사업법(7조)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제한 요건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삭제하는 게 골자다. 현행법은 기간통신사업을 경영하려는 경우 등록해야 하며 지자체와 국가, 외국법인은 등록할 수 없도록 결격사유를 두고 있다.

개정(안)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향후 지자체가 자가망을 이용해 와이파이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폐쇄회로(CC)TV 관제 등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확장성을 고려하면 지자체의 기간통신사업 등록 허용을 검토하는 게 적정하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통신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에스넷(S-Net) 자가망 구축 당시 전기통신사업법을 근거로 반대했던 과기정통부가 지자체 자가망에 대한 입장을 변경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류다.

◇통신사 “전기통신사업법 근간 훼손”

통신사는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통신을 민간산업으로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1982년 한국전기통신공사(KT)를 출범하며 국가의 통신사업 직접 참여를 제한한 이후 2004년 국가·지자체의 기간통신사업 등록을 전면 금지, 통신산업을 민영화했다. 통신 민영화는 국가·지자체의 완전한 시장 철수를 의미한다. 정부가 공사를 설립해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경우는 있지만 방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지닌 국가와 기업 간 경쟁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자체는 도로점용료, 전파사용료, 무선국 등록면허세 등 특혜를 부여받고 있다. 통신사는 지자체와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직접 경쟁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

통신사는 지자체 자가망을 활용한 일반 통신서비스 제공의 경제 효과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공와이파이와 무료 초고속인터넷, IoT 등이 표면적으로 국민 복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통신망 운영과 유지보수는 방대한 비용과 중복투자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통신사는 서울시 전역에 광케이블 약 150만km를 구축했다. 서울시가 에스넷 사업을 통해 총 4237㎞를 구축해도 통신사의 0.28%에 불과하다. 기존 구축된 인프라를 이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자가망 포퓰리즘 '난무' 우려…갈등 심화 예고

지자체의 기간통신사업 허용으로 선거철마다 통신 관련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분별한 자가망 구축은 결국 국민 세금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게 된다. 통신사는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취약계층 요금감면 등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취약계층 맞춤형 복지에 집중하는 게 대규모 자가망 구축보다 효과적이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EU) 등이 자가망을 이용해 공공와이파이 등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통신사가 망을 구축하지 않은 지역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된다. 미국은 필라델피아·미네폴리스 등 지자체가 자가망을 이용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심각한 시장 실패를 겪고 다시 민간에 이양했다.

통신사와 과기정통부 간 갈등은 심화될 전망이다. 통신사 주요 임원이 과기정통부를 방문해 의견을 전달하고 입장을 청취할 정도로 이례적 반발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논의되면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자가망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부산 등 광역시는 물론이고 소규모 시 단위에서도 자가망을 활용해 공공와이파이, 주민안전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기정통부는 현행법상 모든 지자체가 불법을 행하는 상황을 방치하기 어려우며 지자체가 기간통신사로 등록하더라도 영리활동을 금지시켜 민간과 경쟁을 예방할 안전장치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신사 vs 과기정통부 자가망 논쟁

통신사 “지자체 기간통신사업자 허용은 통신 포퓰리즘”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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