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배터리 공장 인수할 수도" LG엔솔, 연이은 美 파격 투자로 SK 압박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을 밀어낼 기세다. 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조지아주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공장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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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 연구원들이 파우치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국 배터리 시장 선점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 금지를 내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차단, 그리고 SK 압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2일 5조원을 투자해 미국에 연산 7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2곳 이상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중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고 2025년까지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배터리 생산 능력을 순차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인수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10일 주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LG는 조지아주 주민과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만약 외부 투자자가 SK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이를 운영하는데 LG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투자를 강화하는 건 미국 배터리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GM 등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을 선언하고 바이든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을 펼침에 따라 미 현지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배경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ITC 거부권 행사 차단이 깔려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 소송에서 승소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의 미국 수입 금지 판결을 이끌어 냈다.

최종 시행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남았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다 잡은 승기를 놓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미국 경제 기여를 앞세워 거부권 행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란 논리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의 이런 논리를 정면 반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에너지가 창출할 경제적 효과를 강조해 미국 정부를 안심시키려는 의도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배터리 투자 금액(3조원)을 훨씬 웃도는 투자계획을 이번에 밝혔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까지 인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바이든 정부는 물론 조지아주 지역 달래기에도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다음달 11일까지다. 심의기간 중에 LG와 SK 간 합의가 이뤄지면 SK이노베이션의 공장 가동과 배터리 미국 수출에는 영향이 없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지만 항소 기간에도 수입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 효력은 지속된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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