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2년…'인프라 안정화' 산 넘어 산

실시간 양방향 수업에 소외학생 발생
공공 LMS 개선 지연돼 학기초부터 혼란
초중고 와이파이 구축도 60% 수준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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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맞벌이 학부모 A씨는 지난해와 달리 자녀가 학기 초부터 실시간 영상 수업을 하는데 답답하기만 하다. 콘텐츠 중심 수업을 할 때는 퇴근해서 아이 학습을 돕기도 했지만 영상 수업은 중간에 문제가 생겨도 도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스템도 안정되지 않아서 교사가 오후 5시 이후 문의를 받지 않아 결국 휴가를 내고 수업을 지켜봤다.

원격수업이 올해로 2년 차에 접어들었다. 기대와 달리 학교·교사·인프라 상황이 모두 들쭉날쭉해서 격차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년 동안 학교와 학생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향상됐지만 오히려 익숙함과 피로감으로 말미암아 정작 문제가 발생할 때는 소외된다는 것이다. 미래 교육으로 가기 위해 2년 차에는 질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혼란은 여전하다.

초·중·고 등 학교 당국에서는 지난해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부모·학생과 소통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실시간 양방향을 늘리고 있다.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원격수업에 익숙해졌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부모 도움 없이 학습하기 어려운 초등학생의 경우는 난감하다. 공공 학습관리시스템(LMS) 개선 작업이 지연되면서 학기 초부터 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실시간 양방향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유도, 혼란을 키웠다. EBS 온라인클래스는 짧은 기간에 시스템을 재구조화하다 보니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이를 간과했다.

1년 동안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오는 전화로 피로감을 호소하던 교사들은 소통 시간을 정하는 등 규칙을 정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처음 접하던 당시의 긴장감은 다소 약해졌다. 적응이 아직 안 된 학생들은 어려움이 커졌다. 한 교사는 10일 “학기 초여서 시스템이나 수업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느라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면서 “실시간 소통을 하려 하니 오히려 소외되는 학생이 발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급히 마련한 기반 상황은 미비했다. 전국 초·중·고교의 일반 교실에 모두 와이파이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지만 석면 공사와 입찰 과정 등으로 전국에서 60% 수준만 깔린 상황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1년 동안은 정보기술(IT) 기기를 익히고 새 교수학습 방법을 마련하느라 고심했다. 익숙해진 만큼 강의의 질 제고에 집중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적당히 수업을 대체하는 수완이 늘어났다. 올해 상황에 대한 반영이나 수정도 없이 지난해 만든 강의를 그대로 올려 혼란만 일으킨 경우도 있다. 아직도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 격차가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1학기에 실시된 한국전문대학교무학사관리자협의회의 조사에서 LMS을 구축한 전문대학은 135개교 가운데 절반인 73개교에 불과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