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온, 결제 시스템부터 손본다…자체 에스크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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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온라인쇼핑 통합 플랫폼 롯데온(ON)

사령탑을 교체하는 롯데온이 결제 시스템 재정비에 나섰다. 그룹 계열사 롯데멤버스에 맡겨 온 결제대금예치제(에스크로) 업무를 e커머스 사업부로 이관하고,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무 일부는 직접 맡기로 했다. 이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는 한편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한 결제 데이터 확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는 이달부터 롯데온 오픈마켓 거래 정산을 위한 자체 에스크로 서비스를 도입했다. 에스크로는 구매자 결제대금을 예치하고 있다가 배송이 완료되면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거래 안전장치다. 지금까지는 그룹 PG사인 롯데멤버스에 외주를 주고 에스크로 서비스를 받아 왔지만 사업 효율성 강화를 위해 내재화를 택했다.

롯데온은 자체 에스크로 도입으로 오픈마켓 판매자(셀러) 정산 편의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 롯데온 입점 판매자는 정산 시스템이 롯데쇼핑과 롯데멤버스로 이원화된 탓에 이중 절차에 따른 불편함은 물론 자동 정산 신청도 불가능했다. 앞으로 롯데온 에스크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판매자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온 입장에서도 외부 PG사에 지급해 온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롯데쇼핑은 자체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2차 PG사 역할을 맡게 됐다. 1차 PG사인 롯데멤버스와 카드사에는 결제대행 수수료만 지불한다. 이미 에스크로를 포함해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과 전자지급결제대행업 등 전자금융업 등록도 마쳤다. 이에 따라 롯데정보통신으로부터 모바일 상품권 사업도 넘겨받았다.

이번 결정은 롯데온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그룹 판단이 작용했다. 롯데멤버스는 롯데지주가 지분 93.9%를 보유한 자회사다. 롯데는 그룹 PG사인 롯데멤버스 중심으로 계열사 결제·데이터 사업을 관리해 왔다. 다만 이로 인해 자체 에스크로를 구축한 e커머스 경쟁사 대비 운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롯데쇼핑이 이미 PG업을 하는 계열사가 있음에도 별도로 PG업에 뛰어든 것은 롯데온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주사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롯데 e커머스 사업 전반에 대한 내부 위기감이 상당하다. 조영제 롯데e커머스 사업부 대표는 롯데온 부진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롯데온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증가에 그치며 시장 평균치를 밑돌았다. 대형 유통업체 가운데 처음 도입한 오픈마켓 서비스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실적 반등을 꾀하기 위해 수장 교체뿐만 아니라 운영 시스템 등 사업 전반에 걸쳐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결제 프로세스 개선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결제를 통해 얻은 고객 구매 빅데이터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롯데멤버스 엘페이에 의존하고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재화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쿠팡이 자회사 쿠페이를 통해 e커머스에 최적화한 간편결제를 도입한 것처럼 롯데쇼핑도 지주 산하 롯데멤버스가 아니라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분석에 따랐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외주로 맡긴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과 결제대금예치 업무를 내재화했다”면서 “장기적으로 롯데멤버스에 맡겨 온 PG 업무 전반을 직접 개발하고 운영, 롯데온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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