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동일인)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공정위가 현대차 요청을 수용하면 현대차는 21년 만에 총수가 바뀌게 된다. 효성도 동일인을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장남 조현준 회장으로 바꿔달라고 신청했다.

1일 재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와 효성그룹은 이런 내용의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최근 공정위 제출했다. 동일인은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집단 지정 자료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진다. 공정위는 매년 주요 그룹을 상대로 대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받아 자산규모를 산정한다.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이면 이른바 대기업집단인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각 그룹 총수를 함께 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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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는 공정위에 대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총수를 정의선 회장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현대차 측 의견과 정 회장의 그룹 지분율, 실질적 지배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5월 1일 총수를 지정할 전망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올해 현대차 총수가 변경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정 명예회장은 이달 열릴 예정인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그룹 내 공식 직함을 모두 내려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현대차 요청을 받아들이면 현대차는 21년 만에 총수가 바뀌게 된다. 현대차는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면서 2001년 처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는데, 이때 정 명예회장이 처음 총수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효성그룹 역시 총수를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해 줄 것을 공정위에 신청했다. 조 명예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동일인 역할을 이어나가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조 회장은 작년 9월 말 기준 지주사 지분 21.94%를 보유하고 있으며 3남 조현상 부회장은 21.42%를 갖고 있다. 효성그룹은 총수 변경을 신청하면서 조 명예회장의 주식의결권(9.43%) 일부를 조 회장에게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 측은 공정위가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지를 기준으로 동일인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지분 위임 서류와 진단서를 함께 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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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 회장.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