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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중 아군 피해로 징계를 받은 드론 조종사가 분쟁 지역으로 파견된다. 화면이 아닌 실제 전장에서 만난 그의 상관은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사이보그다. 음악을 듣고, 감정적 태도까지 보이는 모습에 드론 조종사는 인간으로서 가치 판단에 혼란을 겪는다.

넷플릭스 영화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 배경은 드론과 로봇 병사가 일선에서 활약하는 미래 전장이다. 프로그래밍 정보에 따라 피아를 식별하는 로봇은 인간에게 두려운 존재인 동시에 조롱의 대상이다. 목숨을 건 전투에서 큰 활약을 펼치지만 등 뒤를 맡길 전우로는 대접받지 못한다.

주인공 상관은 일반 로봇 병사와 달리 자의식을 지녔다. 인간과 대화에서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며 아이작 아시모프 로봇의 3원칙을 파괴한다. 결국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작전 목표를 설정하기에 이른다.

로봇의 3원칙은 아이작 아시모프가 SF소설 '아이, 로봇'에서 제시한 원칙이다.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 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등 3개 항목이다.

로봇의 3원칙은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 다양한 창작물에서 로봇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개념으로 흔히 차용되곤 한다. 특이점을 넘는 순간 너무나도 쉽게 인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셈이다.

영화처럼 로봇을 군사용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지속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톤다이내믹스 역시 초기에는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 의뢰를 받아 군사용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에서도 보스톤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스팟'과 비슷하게 생긴 개 모양의 로봇이 부대를 순찰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군사 분야에서 로봇과 AI 능력은 인간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응용물리연구소(APL)에서 이뤄진 공중전 시뮬레이션에서 AI 조종사는 미사일 15발을 쏴 베테랑 인간 조종사가 조종하는 전투기를 5번 격추했다. 미국 헤론 시스템 AI 프로그램이 미 공군 전투기 조종사와 벌인 가상 대결에서도 AI가 5전 전승을 거뒀다.

군사용 로봇은 아군을 보호하고 적을 공격한다. 하지만 특이점을 넘어 AI가 자의식을 갖게 된 순간 인간이 여전히 그들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지 미지수다. 희생을 수반하는 '전쟁'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학습하는 AI가 언젠가 인류 자체를 희생시키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