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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코로나19 사태와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환경 변화는 전문대학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있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급속한 환경 변화 속에서 고등직업교육의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남 회장은 “실습과 대면수업이 조화롭게 이뤄지는 환경을 만들어 간다면,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성인학습자의 직업교육 수요 증가는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굳건해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 회장은 전문대는 산업이 요구하는 현장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40년 넘게 우수 직업인재를 배출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학교가 배출한 일자리가 건전한 시민사회를 이끌어가는 허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병원을 예로 들어 “원무과, 보건행정, 진단·임상병리 간호사, 물리치료사 그들이 받쳐주기 때문에 의사가 진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코로나19 기간, 간호사 면허증을 따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간 학생들과 자원봉사로 나선 임상병리과 교수님들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덧붙였다.

대담=김원석 정치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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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비대면 교육 확산으로 실습 위주 교육으로 치러지는 전문대 교육에 어려움이 많았겠다. 어떻게 대응했는가.

▲초반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전문대교협 역량개발지원실을 통해 전문대 교직원을 대상으로 원격수업 연수를 확대하도록 준비했다. 이후 전문대에서도 학생을 위해 원격수업에 대한 여러 방안을 준비했다.

전문대는 실습교과목이 60%를 차지한다. 재택 실습이 가능한 과목에는 1인 1실습도구와 실습 소프트웨어(SW)를 확보했다. 이를 택배로 발송해 온라인 강의 수준을 높였다. 또 학생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원격 영상수업 및 피드백이 이뤄질 수 있는 과정을 준비했다.

예를 들어 대구보건대에선 약 1만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을 설치, 학습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원격수업 및 영상수업을 지원했다. 원격수업에 따른 학습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원격수업119 TFT팀'을 운영하면서 민원 발생시 다이렉트 현장 출동과 원격지원 등 투 트랙으로 추진했다.

영진전문대는 줌(ZOOM),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수업 중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그날 수업에 대한 퀴즈를 풀면서 이해도를 높였다.

청강문화산업대 게임 콘텐츠 스쿨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부터 '라이브 스터디'를 수업에 도입했다. 실기 수업에서도 실시간 시연으로 작업과정을 공유하고 녹화된 영상을 통해 반복 학습을 유도하는 수업 방식이다. 영상미팅을 통해 팀 프로젝트 기획을 포함해 교수와 학생 간 일대일 피드백도 가능하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전문대는 학생과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원격 영상수업과 피드백 과정을 충실히 준비했다.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바이오와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고등교육 전반에 변화가 오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전문대의 가장 큰 장점은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맞게 커리큘럼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일반대에 비해 학과 전환이 상대적으로 쉬운 장점을 활용해 환경이나 트렌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왔다. 대표적 신산업인 AI, 가상현실(VR), 드론, 로봇, 스마트팜, 자율주행차 등 관련 과목을 신설했다. 단순 과목 신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산업체와 연계한 교육과정 강화 등 다양한 형태 직업교육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청년 실업 문제이고,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결국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손으로 하는 것이 많았는데, 현재는 기계와 데이터를 많이 이용하는 디지털 학과가 많이 생겼다. 교육부도 정원 상관 없이 지원해주려고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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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올해부터 고숙련 전문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마이스터대학'이 도입된다. 미래 고등직업교육 강화방안을 듣고 싶다.

▲올해 총 5개 전문대에 마이스터대학이 도입된다. 단기 직무과정부터 전문학사 이상의 단계까지 다양한 수준의 직무 중심 교육과정이다. 기술 분야의 석사 학위인 '전문기술석사' 과정 역시 도입되며,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이 추진된다.

마이스터대는 쉽게 말하면 명장기술대학원이다. 일반대에 없는 전공을 배운 학생이 일반대 대학원에 가지 않고 전문대에서 석사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동안 치기공과를 나와도 석사 학위 때문에 굳이 치의대를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전문 기술과 기능을 보유한 전문직업인이 교육을 통해 고숙련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전문기술석사 과정이 신설되는 것이다.

마이스터대 도입은 직업교육을 선택한 학습자들에게 사회 진입단계부터 직업 향상 교육, 성인학습자의 평생교육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전문대에서도 마이스터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확산시키자는 분위기다. 권역별, 학과별 모범사례를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치려는 움직임도 있다.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한 국회 교육위원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일반대를 졸업하고 전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전문대로 유턴 입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업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 전문대 취업률(70.9%)과 일반대 취업률(63.3%) 격차는 7.6%포인트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2020학년도 유턴 입학생은 1만268명으로 전년보다 2000명 가까이 늘었다.

전문대 유턴은 우리에게는 아픈 교육 현실이다. 취업 또는 자신의 꿈과 전공을 새롭게 찾기 위해 전문대로 다시 도전했다는 것이다. 교육자 입장에선 반드시 변화해야 할 교육 환경이다.

전문대의 큰 장점은 지역사회 및 산업과 긴밀하게 연계된 산학협력이다. 실무능력과 현장중심의 문제해결 능력에서 전문대는 차별화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승강기대, 청강문화산업대, 서울예술대, 아주자동차대 등 특성화된 분야의 전문인재를 키우는 전문대가 전국 각지에 분포됐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직업전환교육, 산업현장과 간극을 줄이는 현장중심 교육을 잘 할 수 있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은 전문대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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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학령인구 감소가 지방 전문대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입학자원 감소는 큰 틀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우선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저출산 추세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인구와 경제의 도시집중이 원인이다.

일자리 측면으로 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 관광, 호텔, 조리 등 전문대 특성화 분야에서 일자리 감소도 원인이 된다. 학생 측면으로 보면 공학계열 기피, 대도시 지역 선호 등이 중요 요인이 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전문대뿐 아니라 지방 일반대, 서울권 대학도 영향 받는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제안하고 싶다.

첫 번째는 고등직업교육 컨트롤타워 구축이다. 각 부처와 기관에서 분산 운영되는 직업교육 및 훈련의 통합 운영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협력 거버넌스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국가직업교육훈련위원회(가칭) 설치를 추진해야 한다. 5년, 10년 단위로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처럼 인력양성 계획도 면밀하게 세워야 한다. 일반대, 전문대에 맞는 역할을 나눠주고 국가 차원 관리가 필요하다. 교육부 차원에서는 중등·고등단계 직업교육과 성인학습자 평생교육 등을 총괄 조정할 수 있는 고등직업교육정책실 설치 등을 추진해야 한다.

두 번째로 직업교육진흥법 제정을 통해 직업교육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세 번째로 고등직업교육 질 제고를 위해 OECD 국가 수준의 재정지원 확대다.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고등직업교육 체제 혁신과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고등직업교육교부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전문대가 직업교육기관을 넘어 평생교육기관으로 자리 잡고 지역, 산업과 밀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1학년도 수시모집 통계 자료를 보면 지역과 대학과 더 나아가 지자체도 함께 연결돼 학생 모집을 한 전문대학은 정원 내 등록률이 80% 이상을 넘었다. 대표적으로 여수 한영대는 2021학년도 등록률이 94%를 기록했다. 학교와 지자체가 힘을 합쳐 여수 국가산업단지 수요를 잘 반영했고, 교수와 학생 중심 직업교육 체계가 잘 구성된 덕분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19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런 대학들 약진은 주목할 내용이다. 교육부와 정부도 연구해 볼만한 성공사례다. 해당 지역에 있는 학생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직, 전직, 인생 이모작 등의 수요를 평생교육체제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지역에 대한 쿼터를 일정 기간 두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전문대, 더 나아가 일반대 역시 기업과 산학협력을 통한 교육과정 구축, 지자체의 산학단지 설립 등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꾸준히 이어져야 할 모델이다. 산학협력을 통한 맞춤형 교육 추진은 전문대의 변하지 않는 방향성이다.

-전문대는 앞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가.

▲전문대는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그 자리를 지켜왔다. 전문대 위상이나 경쟁력이 높아졌다거나 낮아졌다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대는 한결같이 그 시대와 학생 눈높이에 맞춰 사회가 필요로 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 학습을 시켰다는 것이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처럼, 전문대는 눈에 띄지는 않지만 묵묵히 직업교육 외길을 걸어 왔다. 어떤 일이든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꾸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위기와 변화 속에서도 전문직업인을 배출해 우리 사회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베이비붐 세대 인생 이모작과 경력단절자와 실직자를 교육시킬 수 있는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해 나가려 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잘 적응해 나가기 위해선 자신만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전문대는 그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기관으로 맡은 바 역할을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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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은

1978년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KBS(한국방송공사) 아나운서로 근무했다. 계명대에서 신문방송학과 석사, 영남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 대구보건대 총장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문대 교육자로서 한길을 걸어왔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회장을 맡아 지역 발전에도 기여했다. 지난해 2월 제19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을 맡았고, 같은 해 9월 제20대 회장으로 다시 선출됐다. 1979년 설립된 전문대교협 역사에서 여성 총장이 회장으로 선임 된 건 41년 만이다. 임기는 2022년 9월 4일까지다.




정리=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