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미중 사이 균형외교 시험대

바이든 취임으로 한·미·중 삼각관계 변화 예고
시진핑 주석,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과 전화
바이든 미 대통령은 아직 기약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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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을 사이에 두고 '줄타기' 외교를 벌인 우리 정부가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중 간 탐색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이전 정책을 대부분 원점으로 돌리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중 관계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해제라는 선물 보따리도 풀 기세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를 마쳤지만 문 대통령, 시 주석과는 통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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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빠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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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주석과 세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청와대>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6일 밤 9시께 문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요청하고 40여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정부나 외교계 안팎에선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한미 정상간 통화 시기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시 주석이 한 발 빨랐다.

양 정상은 2021-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선포하고, 2022년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양국 간 교류·협력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를 통해 향후 30년의 발전 청사진을 함께 구상해 나가자는 데도 의견을 함께 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도 재개하기로 했다. 시 주석 방한도 지속 추진키로 했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불거진 한한령까지 해소될 수 있는 기회다.

문재인 정부 최대 과제인 한반도 평화프로스세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혈맹이라고 표현하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 및 개방에 주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균형외교 시험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작년 12월, 중국은 이에 앞선 11월에 각 정상이 'CPTPP 가입'을 검토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CPTPP는 2018년 12월 말 공식 발효됐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모태였다. 미국이 주도했는데 트럼프 정부의 미국이 탈퇴한 뒤 일본이 주도해 재탄생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도 CPTPP에 재가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CPTPP는 미국과 일본이 반중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CPTPP 가입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아왔다.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도한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ECP)이 출범한 직후인 작년 12월 8일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더욱 넓혀가겠다. CPTPP 가입도 계속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공식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 발표는 전날 수보비서관·보좌관회의에서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통상 전략'을 참모, 외부 전문가와 토론하며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전략이 아닌 통상전략으로, 미중 양국 사이 균형외교를 위한 방편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CPTTP 역시 중국이 우리나라에 '한국과 소통할 수 있다'며 미국보다 먼저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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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하고 코로나19 사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청와대 제공

이번 한중 정상간 통화 내용이 우리에게 선물만 되지는 않는다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보다 빠르게 문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미국이나 유럽 등과 달리 시차가 없는데도 밤 9시에 통화를 했다는 점도 논란이다. 한국시간으로 밤 9시는 미국 동부 워싱턴 시간으로 오전 7시다. 시 주석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를 밤 9시에 원한 이유가 미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양국 정상 통화는 서로간 조율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시 주석과 통화한 이유에 대해서도 '신년 인사차'라고 답했다. 미중 양국 사이에서 최대한 균형을 맞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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