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파동에 외식·식품사 '울상'..."비축물량도 못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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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값이 3개월 째 고공 행진하면서 외식, 식품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제빵·제과 업체들은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부가 신선란 등 계란 가공품에 대한 무관세 조치를 시행하고 수입산 계란 공매를 진행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좀처럼 가격 안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계란(특란 30개) 소매가격은 지난 달 29일 기준 7350원으로 1년 전(5257원)보다 39.8% 급등했다.

지난 해 10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첫 발생한 이후 지난 달 25일 기준 산란계(알을 낳는 닭) 전국에서 11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되면서 계란 가격이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가격 안정화를 위해 오는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신선란 등 계란 가공품 8개 품목에 대해 5만톤 한도 내에서 긴급할당관세 0% 적용 방침을 내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달 26일 수입한 미국산 계란 60톤을 공매 입찰해 판매했다.

정부의 발빠른 대처에도 식품업계는 계란 값 상승으로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계란을 주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과·제빵업계나 단체급식 업체들은 가격 안정화가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란 유통 관행 상 기업이 직접 공매에 참여하거나 비축 물량을 구매할 수도 없다.

계란 유통은 대부분 농가-수집판매업자-도매상-소매 등 총 4단계로 유통된다. 대형마트나 제과·제빵 등 규모가 큰 업체들의 경우 식자재 납품사를 한 단계 더 거치거나 직접 농가에서 수급을 받는 구조다.

최근엔 유통 단계를 줄이는 시도도 나오고 있지만 기존 도매상들의 시장 점유율이 큰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게 식품업계 설명이다. 계란 중간 유통상들의 거래규모는 전체 유통량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제빵업체 관계자는 “수년 째 AI 발생으로 학습효과가 있어 공급처를 다양한 지역에 확보해 놔 당장은 수급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 “수입산으로 원재료를 바꾸기도 쉽지 않아 원가 부담이 크지만 (국내산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과·제빵업계는 대부분 장기 보관이 가능한 '전란액'(껍데기를 제거한 계란을 냉동, 가열 등으로 가공한 제품)과 '난분'(껍데기를 분리한 계란을 가루 형태로 건조한 제품) 등을 주로 사용해 당장 원재료 수급에 큰 타격은 없다.

하지만 계란 값 오름세가 지속될 경우 원가 부담이 커지고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가격 인상이나 일부 제품 생산 중단도 이뤄질 수 있다.

실제 최근 롯데리아는 햄버거 단품 가격을 100~200원 올렸고 지난 2017년 AI 확산에 따른 계란값 파동 당시 파리바게뜨는 카스테라와 머핀, 롤케익 등 19개 품목에 대해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뚜레쥬르도 하루에 매장 당 카스테라 1개 등 구매 제한했다.

또 다른 제과 업체 관계자는 “계란 수급이 원활해 2017년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원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가격 인상이나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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