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한 유통업계가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올라탔다. 코로나19 위기와 소비 변화에 맞서 선제적 다운사이징(감량경영)을 감행한 만큼,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은 올해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한 해 동안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 등 부실 점포 중심으로 116개 매장을 폐점했다. 오프라인 업황 침체에 따라 재무건전성 확보와 경영 효율화를 위한 체질 개선 작업에 중점을 뒀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중첩되거나 부진한 사업부문에도 과감히 메스를 댔다. 그룹 쇼핑몰 사업을 담당해온 롯데자산개발을 롯데쇼핑으로 흡수하고 롭스 사업부문은 해체해 마트 산하로 재편했다. 인력 감축도 이뤄졌다. 롯데자산개발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고, 롯데쇼핑 역시 지난해 사업부 직원 약 3000여명을 감원했다.
전사 차원의 효율화·슬림화 작업에 매진한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 영업외손익을 크게 개선하며 순이익 흑자전환을 일궈냈다. 올해는 체질개선을 바탕으로 본격적 실적 반등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롯데쇼핑이 구조조정에 힘입어 연간 2000억원의 실적 개선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다운사이징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면 올해 본격적인 성장 드라이브를 거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도 작년 하반기부터 가시화된 전문점 구조조정 효과가 올해는 더 뚜렷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 사업 재편 전략에 따라 작년에만 전문점 38곳이 문을 닫았다.
부진한 사업이나 고정비가 너무 높아 수익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강희석 대표의 의지에 따라 삐에로쑈핑과 부츠, 메종티시아 사업도 전면 철수했다. 덕분에 수백억 원에 달했던 전문점 영업적자 규모도 작년 3분기 43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이마트 전문점 구조조정 효과에 따른 별도 부문 실적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거리두기에 따른 내식 문화에 따라 기존점 신장률만 유지된다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대비 47% 증가한 316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양사는 올해부터 조직 슬림화를 통해 민첩한 조직으로 변모했다. 공통적으로 정기 인사를 통해 임원 수를 과감히 줄였다. 롯데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임원이 100명 넘게 줄었다. 전체 임원의 20%가량이 감소한 셈이다. 신세계그룹 역시 백화점과 이마트 임원 수를 각각 20%, 10%가량 줄이며 젊은 조직으로 체질 개선을 꾀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와 맞물려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유통사들의 노력이 올해부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올해 어느 해보다 시장 변화 강도가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체질개선을 마친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변화에 유연하게 대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