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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원더우먼' '육백만불의 사나이'라는 미국 드라마를 기억하는가. 지난 1970년대 학창 시절에 재미있게 시청한 이른바 '미드'(미국 드라마)였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초능력을 발휘하는 주인공을 통해 악을 물리치는 통쾌함은 짜릿하기까지 했다.

원더우먼이 또다시 세상을 흔들고 있다. 워너브라더스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개봉할 예정인 영화 '원더우먼 84' 이야기다. 극장 산업을 비롯한 미디어 산업의 지평을 흔들고 있다. 많은 언론이 호평하고 있는 영화를 AT&T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HBO맥스를 통해 가입자에게 무료로 동시에 제공한다는 소식이 미디어 세상을 흔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워너브라더스는 새해에 '매트릭스4'를 포함한 영화 17편도 극장 개봉과 동시에 HBO맥스를 통해 상영할 예정이다.

출발점은 물론 코로나19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활동이 중단되면서 극장가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 상영하기로 한 영화가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영화 제작사나 배급사, 극장 체인에 이르는 이른바 가치사슬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팬데믹으로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시청자에게는 OTT가 기존 유료방송 외 또 다른 선택지가 됐다. 월트디즈니, HBO, NBC와 같은 거대 미디어 회사가 줄지어 막강한 콘텐츠를 OTT로 제공하면서 시청자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 시청자 시청 행태 근본이 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스크린 축소와 OTT 간 경쟁이 윈도라는 틀에 기초한 영화 산업의 가치사슬 근본에 변화를 일으키게 했다. 영화가 극장보다 먼저 OTT를 통해 개봉하게 됐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극장 상영 후 3개월이던 윈도를 17일로 줄여 이후 주문형비디오(VoD)로 제공할 수 있다고 제작사와 배급사가 합의까지 했다.

그런데 새해에는 개봉될 영화 17편이 극장과 동시에 OTT에서 제공된다. 극장 종말이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새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옵션을 고려, 동시 개봉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워너미디어 사장은 “영화팬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면서 “영화팬뿐만 아니라 제작사, HBO맥스 모두에 가치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동시 개봉이 영화관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관의 역할이 새로운 방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집안에서 편안하게, 원하는 시간에 대형 스크린으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경험은 날로 더 나아질 것이다. 시청 행태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한 시장 분석가가 유명한 영화제작자에게 보낸 글을 통해 영화 산업의 현주소를 볼 수 있다. “현재 넷플릭스를 생각하면 안 된다. 2026년께 800억달러 매출에 400억달러 콘텐츠 투자를 할 넷플릭스를 생각해야 한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시하고 지금처럼 윈도에 순차 의존하는 스튜디오는 더 이상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화 산업의 가치사슬 파괴는 팬데믹이 촉발했지만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미디어산업 변화와 맞물려 엄청난 파장을 낳고 있다. 워너미디어는 동시 개봉을 2021년 한 해로 제한한다고 했지만 과연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게 미디어 산업의 현주소다.

영화 산업 변화는 미디어 산업 변화를 보여 주는 단면일 뿐만 아니라 변화 정도와 충격을 예견한다.

팬데믹이 사라지고 영화관이 다시 열리면 이전의 비즈니스 모습으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올해 3월 코로나19가 뉴노멀을 촉발했다. 기차는 기차역을 출발했고, 아무도 이처럼 강력한 변화를 바꿀 수가 없다”라는 답변이 현재로선 최선의 결론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