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교체주기(사용기간)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 휴대폰 평균 사용기간은 올해 하반기 27.9개월로 교체주기가 가장 짧았던 2012년 하반기에 비해 4개월 늘어났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 구입가격은 30만원 초반대에서 67만원선으로 2배 이상 올랐다. 교체 이유로는 '성능저하와 고장'이 42%로 '최신폰을 쓰고 싶어서' 28%를 크게 앞서 성급한 교체보다 가격과 성능을 고려하는 합리적 소비행태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인 컨슈머인사이트는 2005년부터 이동통신 사용 행태 전반에 대해 연 2회(매년 3~4월·9~10월 실시, 회당 표본 규모 약 4만명)씩 대규모 조사를 해 왔다. 조사 응답 결과를 토대로 롱텀에벌루션(LTE) 도입 이후 휴대폰 사용기간 변화와 구입 가격 추이를 연령별로 분석했다.
◇2012년 이후 약 2년마다 1개월씩 늘어
휴대폰 평균 사용기간은 올해 하반기 조사에서 27.9개월로 나타났다. LTE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면서 교체주기가 가장 짧았던 2012년 하반기(23.9개월)에 비하면 4개월 늘었다. 2012년은 LTE 스마트폰이 본격 도입되면서 교체 붐이 불던 해이며 그 이전 교체주기는 24개월 초반대로 비교적 일정했다. 2014년 25개월, 2016년 26개월, 2018년 27개월을 넘어서며 지속적으로 연장돼 올해에는 28개월 턱밑에 도달한 것으로, 약 2년마다 1개월씩 늘어났다.
연령대별로 비교하면 그동안 교체주기가 가장 짧았던 20, 30대가 가장 크게 늘었다. 20대는 2012년 하반기 20.3개월에서 올해 하반기 25.9개월로 5.6개월 늘었으며, 30대는 같은 기간 22.7개월에서 27.4개월로 4.7개월 증가했다. 40대와 50대 이상의 사용기간은 올해 28.7개월과 29.8개월로 각각 3.6개월, 1.7개월 늘어 연령이 높을수록 사용기간이 긴 경향이 유지되고 있다. 20대와 50대의 사용 기간 격차는 2012년 하반기 7.8개월에서 올해 상반기 3.9개월로 크게 줄어들었다. 휴대폰 사용기간이 연령대에 관계없이 상향 평준화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2030세대 “최신폰 쓰고 싶지만…”
휴대폰 사용기간이 늘어나는 이유는 우선 단말기 내구성과 성능 향상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조사에서 휴대폰을 교체한 계기를 보면 △'노후화·성능저하·고장이 잦아서'가 43%로 가장 많았고 △'단말에 문제는 없지만 최신폰을 쓰고 싶어서'가 25% △'분실·파손'이 14%로 뒤를 이었다. 노후화·성능저하·고장, 분실·파손 등 불가피한 단말기 문제로 교체한 응답자가 57%에 달해 최신폰을 쓰기 위해 교체했다는 응답자 비율의 2배를 넘었다.
최신폰에 대한 욕구는 역시 20, 30대가 강했다. 20대의 29%, 30대의 30%가 최신폰을 쓰기 위해 교체했다고 답해 성능저하·고장 때문에 교체한 비율(20대 41%, 30대 38%)에 비해 각각 12%포인트(P), 8%P 차이로 비교적 격차가 작았다. 20%P 이상 큰 차이를 보인 40, 50대 이상보다 최신폰 선호도가 훨씬 높았다.
20~30대는 최신 단말기 선호도가 다른 세대보다 강하긴 하지만 과거처럼 최신폰이 출시되자마자 교체하기보다는 충분히 사용하다가 마음에 드는 최신폰이 출시되면 교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단말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예전처럼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파격적인 신기능이나 성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12년 LTE폰 도입 때 2배 오른 이후 다시 2배 올라
휴대폰 교체주기가 늘어난 이유는 구입가격 상승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12년 30만원대였던 평균 구매가격(보조금 등 할인을 제외한 실제 지불 가격)은 올해 하반기 67만원대로 상승했다. 2012년 이전 10만원대 초중반이던 휴대폰 구입가격이 2012년 30만원대로 껑충 뛰어 올랐으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이후 단통법이 시행된 2014년과 5G 서비스가 시작된 2019년에도 휴대폰 구입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보조금 혜택이 줄어들고 단말기 고급화 추세로 출고가격 자체가 오른 영향이다. 다만 2016년에는 평균 스마트폰 출고가가 인하되면서 일시적으로 30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혁신적 폼팩터 등장이 변수
단말기 성능이 향상되고 구입 가격이 상승하면서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길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과거에는 2년 약정이 일반적이었고 이 기간이 끝날 때쯤 번호이동을 하면 저렴한 가격에, 또는 전혀 돈을 들이지 않고 새 스마트폰으로 바꿀 수 있었다. 단말기 성능에도 서서히 문제가 생기는 시기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단말기 가격이 비싸진 반면에 지원금은 많지 않고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혁신적인 변화를 찾기 어렵다. 성능 차이는 별로 없는데 가격만 지속적으로 높아지니 신제품 구매를 꺼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아직도 세계적으로 단말기 교체주기가 짧은 나라에 속한다.
아직 지지부진한 5G 서비스가 본궤도에 접어들고 폴더블폰이 좀 더 일반화된다면 일부 교체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성능이나 디자인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혁신적 폼팩터가 나오지 않는 한 스마트폰 교체주기 증가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