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90>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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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다녀오세요.” 출근길 엄마 아빠를 배웅한 아이가 급하게 컴퓨터를 켜고선 게임에 열중한다.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된 후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게임에 몰입하는 시간도 덩달아 많아졌다.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혼자서 자유롭게 즐기는 시간도 전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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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비대면 물결을 타고 사회를 급격히 변화시켰다. 이미 5000만명이 넘는 사람을 감염시키고 500만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는 설상가상 3차 감염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감염 증가 추세를 못 이기고 수도권 경보를 2단계로 격상했다.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지만 연일 들려오는 백신 개발 소식에 작은 희망을 걸어 본다. 그리고 익숙한 과거로 회귀할지 새로운 사회로 계속 진화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멀리 왔기 때문이다.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임시방편의 도피처인 줄 생각했다. 곧 캠퍼스에 모여 미래를 설계하는 학생들로 가득찬 상아탑의 본모습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분주하고, 교수와 학우들이 잔디에 둘러앉아 학문을 논하는 활기찬 캠퍼스를 상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캠퍼스는 오히려 온라인 강의를 늘리고 있다. 어색해 하던 초등학생들도 집에서 하는 학습의 묘미를 반기고 있다. 선생님 잔소리도 걱정 없고 친구들과의 불협화음도 신경 쓰지 않아 좋다. 엄마 아빠가 출근하고 나면 완전 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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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채널을 돌리는 습관이 생기고, 체중은 평균 3㎏나 늘었다고 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범람하는 온라인 게임 덕분이다. 코로나19 이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웬만한 드라마는 거의 섭렵하고, 심지어 재탕도 할 정도다.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코로나19 걱정이 앞서 주저앉는다. 개인주의가 더욱 팽배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덜 걱정된다는 산책에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철옹성 같은 우리나라 의료법은 간단한 처방을 위해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불평 정도는 쉽게 외면해 왔다. 원격의료의 부작용과 대형병원이 독식할 의료시장을 염려하는 기우 때문이다. 그러나 원격의료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시범사업을 계기로 비대면 처방의 실익과 개인병원 역할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로 전환한 기업과 손님을 기다리는 식당의 변화도 예외는 아니다. 페이스북 등 굴지의 미국 기업들은 내년 6월까지 재택근무를 선언했지만 재택업무를 지혜롭게 운영한 덕분에 큰 손실 없이 난관을 극복하고 있다. 대면업무만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도 배웠다. 기업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면과 비대면을 적절히 조합하면 예전보다 훨씬 더 효율화한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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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사회의 맛을 경험한 대다수는 이전 사회로의 복귀를 거부할 것임이 틀림없다. 일부는 과거로의 회귀를 원하겠지만 정부가 나서서 왈가왈부할 수도 없다. 이제는 각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함께 논의하고 최선의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잃은 많은 것을 회복하고, 오히려 할 수 없던 세상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누가 먼저 출발하는가'가 승부를 결정하는 건 100m 달리기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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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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