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도입은 외부자금 조달, 해외투자 허용 등 그간 대·중견기업이 요구하던 사항이 수용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정이 CVC 도입을 공정거래3법과 연계해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까닭이다. 공정경제3법 도입에 따른 재계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CVC 도입에 대한 규제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창업자와 투자자 의견이 갈리고 있는 복수의결권과는 달리 CVC 도입에 대해서는 벤처 생태계 참여자 대다수가 입을 모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이미 일반지주회사체제가 아닌 여러 대·중견기업이 전략적 투자 목적의 CVC를 설립해 초기 투자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어서다.

최근 창립총회를 개최한 초기투자기관협회에는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AC) 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대거 발기 회원으로 참여해 초기 투자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 롯데, 호반그룹 등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 모기업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CVC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이다.

한 CVC 대표는 “CVC 도입에 대한 정재계의 의견 수렴이 이뤄지고 있어 대기업의 벤처투자 시장 참여 역시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면서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외부조달 차입부터 그간 CVC 활동을 가로막던 규제 역시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의 CVC 도입 허용 방침 안팎으로 지주회사체제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CVC 설립 움직임이 한창이다. 다만 모기업으로부터만 자금을 차입해 벤처펀드 결성 등에 나설 수 있도록 한 조항은 CVC 도입의 당초 목적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벤처기업 다수가 내부 유보 자금으로 벤처투자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이유로 외부자금 차입을 막는다는 발상은 사실상 제도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CVC 도입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런 지적을 반영해 당초 내놓은 법안에 대한 수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VC 도입을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수다. 공정거래 3법 추진 과정에서 전속고발제을 핵심으로 하는 공정거래법을 발의하면서 보다 규제를 완화한 CVC 도입안을 담을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으로 구성된 공정경제 3법 가운데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3%룰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과 달리 공정거래법은 저항이 다소 적은 분야”라면서 “CVC와 정부안을 발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