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보험회사는 미성년자와 경제적 취약계층 등에 구상권을 청구하기 전 내부 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논의 결과도 외부에 공시해야 한다.
이는 지난 3월 한 보험사가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 초등학생을 상대로 수천만 원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던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의 소송관리위원회 사전심의 대상을 확대하고 소송 현황의 비교·공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각 보험사는 연내 관련 내규를 개정할 방침이다.
소송관리위원회는 보험사가 소비자를 상대로 한 소송 제기 여부를 심의하는 내부 기구다. 지급보험금 반환청구 소송,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등을 심의하지만 구상금 청구 소송은 그동안 심사대상에서 빠져있었다.
앞으로는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구상권 청구 소송, 상대의 취약계층 여부와 관계없이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에 대한 구상권 청구 소송까지 심의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취약계층은 미성년자, 한정·금치산자 등 소송무능력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을 포괄한다. 소송을 내기 전에 취약계층인지를 파악하고, 소송 중으로 확인된 경우에는 소송 지속 여부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또 심의 후 소송 여부를 최종 결정할 때는 임원 이상의 결재와 준법감시인의 협의까지 거치도록 했다. 소송의 적정성을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취지다.
보험사의 소송 현황 공시도 확대한다. 이를 위한 보험업 감독규정과 시행세칙, 협회 공시 규정 등 개정은 내년 상반기 추진된다.
지금은 생보·손보협회 홈페이지에 반기별로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소송제기 건수, 보험금 청구건 대비 소송 제기 비율을 비교·공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비교·공시 범위를 소송관리위원회 개최와 소송심의 건수, 심의결과(승인·불승인 건수와 불승인 비율) 등으로 확대된다.
보험사들도 자체적으로 취약계층 보호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각사의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미성년자, 장애인 등 실질적으로 채무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자에 대한 채무 감면, 시효완성 채권에 대한 채무면제 등의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