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좋은 게임이라는 걸 본 적이 없어.”
기자 지인의 말이다. 제대로 게임을 해 본 적이 없어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기자는 현장과 논문, 취재를 통해 주입식으로 외운 게임 순기능을 입이 닳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인은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 것 같았다. 결국 정부 예산안에나 쓰여 있을 법한 '게임 인식 개선'은 실패한 것으로 보여 진다.
게임은 제작자 메시지를 수용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전달자 역할을 맡는다. 루돌로지(ludology)와 내러톨로지(narratology)를 동시에 가지는 보기 드문 대중 매체다. 문화비평가 마셜 맥루한 이론을 빌려 좀 더 구분하자면 '쿨 미디어'다. 높은 참여와 메시지에 중점을 둔다. 도서나 영화같이 메시지 수용에 중심을 둔 '핫 미디어'와 대척점에 있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개입해 세계를 만든다. 수용을 넘어 창작으로 이어진다. 해석의 여지가 재창작으로 연결된다. 쿨 미디어 정점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를 가장 잘 살린 사례가 '디스 워 오브 마인'이다. 쾌락 추구, 현실 도피로 여겨지던 게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해석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이를 통해 행동을 변화시키는 좋은 영향력을 증명했다. 상업성, 작품성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
우리 주변 숱한 게임에서는 이러한 매체성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중독이 아니라는 안티테제만 외치고 인식 개선에 예산을 쏟아도 '좋은 게임'이라는 느낌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대중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원한다. 동시에 자신이 영위하는 문화를 인정하게 만들려고 한다. 단순한 소비가 아닌 자신의 문화적 소양을 증명할 때 만족도가 오른다. 도서가 그랬고 영화가 그랬다.
게임의 긍정적 면을 알리고 싶다면 게임이 가진 매체적 특성 안에 인간과 사회를 풀어내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대중에게 어떤 이야기를 던질지 생각해야 한다.
매출로 줄 세우고 게임사 지하주차장에 얼마나 많은 고급 외제차가 있는지에만 집중하는 상황에서는 입이 닳게 게임이 얼마나 좋은지 설명해봐야 소용없다. 주는 메시지가 그저 그 정도로만 해석될 뿐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