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유보·금융위 통제 등 지정 피했지만
사모펀드 사태 이후 "신규 지정" 목소리
기재부, 기존 요건·라임 등 종합 검토
"내년 1월 공운위서 최종 판단" 밝혀
정부가 내년도 공공기관 지정 절차에 착수한다. 라임자산운용·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 감독 부실 논란이 제기된 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으로 신규 지정될 지 주목된다.
2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21년도 공공기관 지정을 위한 사전 절차를 이달 시작한다.
기재부는 먼저 지정 후보 공공기관 관련 부처 의견을 수렴하고 조세재정연구원의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친다. 이후 내년 1월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어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감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은 기존에 지정 유보된 요건 검토와 최근 라임사태 등을 종합 검토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면서 “현 상황은 기초조사 성격이고 최종 판단은 내년 1월 공운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지정을 피했던 금감원이 새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금감원의 감독 부실 문제를 들면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8년에 심도 있게 논의해 4가지 조건부로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했다. 4가지 조건이 이행됐는지 점검해보고 이번 라임 사태까지 감안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민간 조직이다. 예산과 인사는 금융위원회 통제를 받는다. 금감원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에 지정됐지만 감독업무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차원에서 2년 뒤인 2009년 해제됐다.
만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경영목표, 예산, 운영계획, 결산서, 인력 현황, 고객만족도, 직무수행실적, 이사회 회의록, 경영실적 평가 결과 등에서 공운위 통제를 받게 된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수년간 논란거리였다.
정부는 2018년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검토했으나 △채용 비리 근절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엄격한 경영평가 수용 △비효율적 조직 운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유보한 바 있다.
이어 채용 비리와 경영공시, 경영평가 등 문제는 해소됐으나 상위직급 감축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매년 이행실적을 제출하기로 하고 공공기관 지정을 피해갔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금감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독립돼있지 못하다'는 지적에 “예산이나 조직, 인원 등에 있어서 모두 금융위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희 의지대로 시장 상황을 감독·집행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같은 발언이 공공기관 지정 과정에선 불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사실상 금감원이 상위기구인 금융위의 감시·감독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공공기관 지정은 피할 수 없는 셈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초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반대 의견을 기재부에 전달하면서 “금감원이 정부(금융위원회)와 국회(정무위)의 통제를 이미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공기관 지정은 중복규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