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26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를 한국이 풀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스가 총리는 이날 개원한 임시국회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통해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隣國)”라고 했다.
다만 “건전한 일한(한일)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소신표명 연설은 일본 총리가 임시국회가 시작될 때 본회의에서 당면 국정 현안에 관한 기본입장을 밝히는 연설이다. 스가 총리가 소신표명 연설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스가 총리의 입장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외교 노선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그간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아베 총리 정부에서 대변인인 관방장관을 역임했다.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가 현안이 걸려 있는 한국과는 거리를 두면서 한국 측에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이라고 전했다.
스가 총리는 그간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한 징용 피해자 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위자료를 주라고 최종 판결한 것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총리 취임 이후인 지난 21일 인도네시아 방문 중 기자회견을 통해선 우리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 압류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져 일본 기업이 실질적 피해를 보게 될 경우 한일 관계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해선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했다. 스가 총리는 “여전히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모든 납치 피해자의 하루라도 빠른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하겠다는 결의”라며 2002년 북일평양선언에 근거해 납치·핵·미사일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풀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스가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일본 외교·안보의 기축은 미일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미(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 및 국제 사회의 평화, 반영, 자유의 기반이 된다”면서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억지력을 유지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호주, 인도, 유럽 등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도 협력해 법의 지배에 의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