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36>경제학자와 창업자는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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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현실 경제의 모습은 교과서에서 기술된 내용과는 사뭇 다르게 흘러갈 때가 많다. 그 중 하나가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도 여기에 해당한다. 경제학자들은 앞서 설명한 완전경쟁시장을 가장 이상적인 시장으로 평가하며 지향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반면 독점시장은 대표적인 시장실패 요인으로 평가하고 지양해야 할 대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독점시장은 해당 시장에서 활동하는 공급자가 하나다. 해당 공급자가 제공하는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밀접한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을 때 성립한다. 이런 독점시장에서 활동하는 독점기업은 해당 제품을 유일하게 제공하는 공급자로써 해당 제품 가격이나 수량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독점기업은 사회 구성원의 만족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주로 해당 제품 가격과 공급량을 결정하게 된다. 독점기업이 활동하는 독점시장에서는 사회 전체의 만족이 극대화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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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경쟁시장은 경제학자들로 하여금 모든 사회구성원들 만족을 극대화시켜 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시장 형태로 평가받는다. 가장 이상적인 완전경쟁시장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많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동일한 제품을 갖고 시장에 참여할 때 달성 가능하다.

완전경쟁시장의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를 꼽자면 '우유'를 들 수 있다. 우유는 수많은 사람에게 소비될 뿐만 아니라 우유를 생산하는 공급자 또한 다수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또 각각 우유제조회사들이 공급하는 우유는 큰 차이가 없다. 우리 중에 눈을 가리고 우유를 마셨을 때 특정회사 우유임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따라서 우유시장은 수많은 소비자와 공급자가 있고, 비슷한 제품이 거래되는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쌀' 역시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시장이다. 우리가 공기밥 하나를 먹으면서 어느 지역 쌀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완전경쟁시장의 경우에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가격 이외의 경쟁 요소가 없다.

하지만 실제 마트에 가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전혀 무차별해야 할 우유와 쌀 관련 상품이 정작 마트에서는 저마다의 차별성을 갖고 판매되고 있다. 이는 쌀 시장과 우유 시장에서 활동하는 공급자의 노력 덕분이다. 쌀과 우유처럼 경쟁사 제품과 차별성을 쉽게 확보하기 어려운 시장에는 가격 이외 요소로 경쟁할 수가 없어 너도나도 가격인하라는 카드로 승부수를 던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반적인 제품 가격 수준이 기업으로 하여금 초과이윤을 얻을 수 없는 수준까지 낮아지게 된다. 기업은 이러한 순응적인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

우유와 쌀 생산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신의 제품 차별성을 높여 불필요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이로 인해 자사 제품을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다른 가치를 부여해 주고, 이를 근거로 더 비싸게 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근 마트에 가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의 두뇌 개발을 위한 성분이 추가된 우유나, 딸기맛, 바나나맛, 커피맛 등이 첨가된 우유, A+ 등급을 받은 우유, 저지방 고단백 우유 등 저마다 우유를 추가로 가공해 여타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제품임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경쟁사 제품과는 다른 정가를 부여한다.

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견 비슷해 보이는 쌀임에도 불구하고 유기농 쌀이라든가, 청정 비무장지대에서 생산한 쌀이라든가, 예전 조선시대 임금님께 상납하던 쌀이라든가, 주부들을 위해 아예 씻어나온 쌀 등등 저마다 제품 특성을 강조하며 다른 가격을 부과하고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기업들의 노력들은 시장 상황 변화에 순응해 끌려다니는 입장이 아니라, 자사의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 덕분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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