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AI시대로 가는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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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도나휴는 저서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에서 통찰력 있는 지혜를 적었다. 사막에선 지도 대신 나침반을 들라는 것. 사막에서는 바람에 쓸려 모래가 계속 이동한다. 정해진 길이라는 게 의미가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즉각적이고 정확하게 대처하기에 지도는 융통성이 없다. 지도보다는 나침반이 훨씬 유리하다. 한 결 같이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느끼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말에 이견은 없을 것 같다. 크고 작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아이폰 제조 납품업체 폭스콘은 6만여명에 달하는 제조인력을 인공지능이 적용된 로봇으로 대체했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역시 올해부터 독일에서 로봇을 이용한 운동화 대량생산을 시작했다. 아시아 지역 일부 피자헛 매장이나 커피 전문점에서는 로봇이 계산원을 대신해 일하고 있다. 도쿄-미쓰비시 도쿄지점에는 말하는 로봇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공항의 안내로봇에서부터 발열체크를 하는 자율이동 방역로봇이 화제를 모았다. 배달로봇에 이어 카페용 바리스타로봇까지 등장했다. 가정용 인공지능 대화로봇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이 같은 변화를 둘러싼 기대와 걱정이 엇갈린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겠다는 바람이 있다. 한편에서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차지해가면 앞으로 실업률이 얼마나 높아질지에 대한 걱정도 많다. 심하게는 40%의 노동자들이 다시 일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과연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활용하고 있는 것일까. 진정한 인공지능 시대를 가기 위한 방향설정은 한 것일까. 몇 가지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우선은 현재 AI 기술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한 의문이다. 일부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능력을 넘어선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다방면에서 인공지능 능력이 인간 수준으로 올라서거나 넘어설 수 있을까. 바둑이라는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이겼다고 인공지능이 인간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문화, 예술, 과학 등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 수준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두 번째 문제는 인간과의 협업 가능성이다. 인공지능 개발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이를 활용하기 위한 이유가 더 크다. 아직 인간과 인공지능이 소통하면서 협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설명성의 부재도 한계다. 현재 인공지능 시스템은 스스로 한 의사결정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결과만 제시해 그만큼 효율성이 제한된다. 내부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하는 전문 분야로의 적용을 위해서는 사용자가 인공지능 시스템의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정성과 견고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마디로 우수한 인공지능을 과연 우리가 100% 믿고 쓸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다. 믿음직한 인공지능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인공지능 윤리문제도 포함된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판단 결과가 윤리적인가 하는 문제다. 해킹과 같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견고함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이른바 '차세대 AI'라는 분야다. 이런 이유로 AI 강대국이나 글로벌 기술 대기업들이 이 분야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알파고를 기점으로 촉발된 인공지능 시대다. 개인과 기업은 물론 국가도 인공지능이라는 화두 속에 살고 있다. 망망한 인공지능 사막을 걸어가는 형국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소개된다. 신생기업이 등장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마치 바람에 따라 홀연히 생겼다가 사라지는 모래언덕과 비슷하다.

기존에 우리가 그렸던 인공지능 사막의 지도는 쓸모없을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시대로 가는 방향이 맞는지를 알려줄 나침반은 가지고 있는 것일까.


윤대원 ICT융합부 데스크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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