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차입금 사상 최대...'영업부진에 외부 자금조달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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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롯데쇼핑이 외부에서 빌려 쓴 자금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사업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악화되면서 차입 의존도가 늘었다. 사업 체질개선을 위한 투자와 운영자금을 빚으로 충당하면서 재무안정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롯데쇼핑 총차입금은 16조6991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7.8% 증가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49.6%로 늘어 50%에 육박했다.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 역시 14조6655억원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롯데쇼핑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44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1% 줄었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성자산을 늘리기 위해 차입과 회사채 발행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쇼핑 차입금은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지난해 말 누적 차입금 16조2135억원마저 넘어섰다.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유통 업황 부진과 채널 간 경쟁 심화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지난해부터 외부 자금조달 규모를 급격히 늘렸다.

2017년 롯데쇼핑 총차입금은 7조6676억원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27.4% 수준이었다. 이듬해인 2018년에도 차입금 7조7949억원으로 의존도가 30% 미만을 유지했다. 리스부채 인식 등이 차입 규모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오프라인 사업 부진으로 영업현금 창출력이 약화된 것이 뼈아팠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도 3년 연속 증가했다. 2017년 109.3%였던 롯데쇼핑 부채비율은 2018년 111.3%, 2019년 188.1%에서 올 상반기 189.2%로 늘었다. 롯데쇼핑은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무 부담을 완화하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코로나 대응과 유통 구조적 변화에 따른 투자비용 등으로 인해 차입금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23일에는 만기가 돌아온 기업어음(CP) 차환과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195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를 발행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공모채 발행이다. 앞서 4월에도 공모채를 통해 2400억원을 확보했다.

특히 신용등급 하락으로 공모 발행 여건이 악화되면서 자금 조달 전략도 다변화했다. 지난 7월에는 2년6개월여 만에 장기CP를 발행하고 조달한 2000억원으로 채무 상환과 백화점 상품 매입대금 지급에 썼다. 같은 달 500억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도 발행했다.

공격적으로 현금을 늘려가지만 여전히 실적 개선 여부가 불확실하다. 오프라인 사업 중심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각 사업부문의 현금창출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14조원이 넘는 순차입금을 감축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롯데쇼핑 역시 투자설명서에서 “온라인 채널의 급성장과 경쟁심화, 소비패턴 다변화 등 영업환경의 구조적 변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인해 차입금 부담이 증대하는 추세”라며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투자를 기반으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여야 하는 유통 사업 특성상 향후 투자활동에 따른 자금 소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향후 현금흐름 개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차입부담이 과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대비 크게 확대된 차입금 규모로 인해 매년 지출해야 하는 자본비용도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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