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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우리가 꿈꿔 온 5세대(5G) 이동통신 세계가 조금씩 열리고 있는 듯하다. 아직 가지 못한 길이기에 아득하게만 여겨지던 길이지만 현실로 하나씩 다가오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5G를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국내도 5G 가입자가 80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 생활에서 5G 서비스는 단지 빠른 속도에 지나지 않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속도도 4G 롱텀에벌루션(LTE)과 비교할 때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커버리지도 일부분이기 때문에 소비자 불평을 많이 받는 등 어려운 실정이다.

신규 서비스 초기에는 언제나 이런 어려움이 있는 것이어서 곧 극복될 것이다. 통신은 인프라 산업이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시스템, 기지국 구축 등 기술 삼박자가 들어맞아야 한다. 이 가운데에서도 기지국 구축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전국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기지국 동시 구축이 불가능해서 순차로 할 수밖에 없다.

3G에서 4G로 전환할 때는 스마트폰 개념이 도입됐고, 많은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원할 수 있는 단말기 제작이 가장 큰 도전의 하나였다. 그러나 5G로의 전환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주파수도 멀티 밴드(로·미드·하이)를 사용해야 한다. 특히 하이밴드의 밀리미터 웨이브의 경우는 주파수 특성상 많은 제약이 있어서 그만큼 기술 연구와 투자도 많이 필요하다. 5G 서비스를 위해서는 주위 에코시스템과의 협력도 절대 필요하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완벽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기술 투자를 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교육도 해야 한다. 신규 서비스를 출시할 때는 더욱더 그렇다.

얼마 전 미국 버라이즌이 '생각의 속도'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주문형비디오(VoD)로 제공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다큐로 에미상을 받은 감독이 촬영한, 1시간이 좀 안 되는 고품질 영상이다.

다큐는 일반 소비자에게 5G 서비스의 잠재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다. 5G는 스마트폰의 다운로드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것과 더 좋은 품질의 비디오를 시청하는 것 이상의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초기에는 5G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에코시스템을 교육했다면 이제는 소비자를 교육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제작한 것이다.

다큐에서는 5G를 활용한 몇 가지 서비스를 보여 주고 있다. 소방관이 화재 연기가 가득한 환경에서 움직임을 가능케 해 주는 증강현실(AR) 마스크, 소외 지역 학생이 실감학습을 통해 인권운동 역사를 배우는 데 도움을 주는 맞춤형 AR 등을 소개하고 있다.

보행자와 트래픽 안전을 위해 5G로 연결된 카메라를 사용하는 미국 새크라멘토시의 테스트 프로그램, 보스턴에 있는 제어센터로부터 지시를 받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심장마비 환자의 테스트를 도와주는 5G를 이용한 로봇 같은 예시가 소개됐다.

물론 이 영상 비디오는 하이밴드의 밀리미터 웨이브를 사용하는 버라이즌 5G의 경쟁력과 우월성을 보여 주는 것이지만 5G가 가져올 변화를 한눈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로밴드 600㎒로 전국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경쟁에서 앞장섰다고 주장하는 T모바일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다큐는 궁극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창의와 해결책을 도출하는 개발자 입장에서 5G를 소개한 것이다. 버라이즌은 다큐를 통해 5G에 대해 지금까지 알고 있는 속도가 아니라 미래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소비자로부터 나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5G 서비스를 적극 교육, 자사의 경쟁력과 차별성을 홍보하는 한편 궁극으로 에코시스템을 구축해서 소비자를 협업자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의 일환이 엿보인다. 이는 5G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국내 사업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