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산단, '한국형 실리콘밸리' 꿈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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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떠올랐다. 국내 최대 정보기술(IT)벤처기업 집적지를 형성하면서 우리나라 첨단 IT 산업을 이끄는 전진기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국가산단으로 지식산업 창업 생태계의 핵심 축을 맡고 있다.

서울디지털산단은 산업화 기반이 거의 없던 1964년 '수출산업화 전략'에 따라 구로 일대에 조성돼 1970년대 섬유, 봉제 등 경공업 중심 수출 전진기지로 성장했다. 1971년 수출 1억달러, 1977년 수출 10억달러를 각각 돌파했다. 이는 당시 국가 전체 수출 10%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경공업 산업 경쟁력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입주 기업이 줄기 시작했다. 정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1997년 산업단지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 '구로단지 첨단화 계획'을 시행했다. 입주가능 업종을 IT·소프트웨어(SW)로 확대하는 한편 저층건물 아파트형 단지로 바꾸고 조성원가에 분양했다.

2000년대 이후로는 정보화 등 급격한 산업 환경에 따라 정부 규제완화와 민간 협력이 이어지면서 자생적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수도권공장총량제에서 지식산업센터를 제외하면서 강남 소재 IT 기업이 대거 산단으로 둥지를 옮겼다.

현재 서울디지털산단은 구로구 구로동, 금천구 가산동 일원에 총 192만583㎡(약 58만평) 규모를 형성했다. 수도권 7개 국가산단 중 네 번째로 넓다. 지난해 기준 총 1만1593개 업체가 입주해 15만명에 달하는 인력을 고용했다. 지식산업과 정보통신 관련 업체는 각각 3345개사, 3399사로 전체 55.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디지털산단은 1997년 이후 단기간 압축 성장과 기반시설 노후화에 따른 활력 저하가 문제점으로 꼽혔다.

IT 중심 첨단산업으로 산단 무게중심이 재편됐지만 연구개발(R&D)과 기업지원서비스 기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산업구조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창업, 중소기업 집적지지만 업체 간 유기적 협력이나 네트워크 활동이 부족해 기술과 정보를 교류하기 어려웠다. 매년 1000개 이상 사업체가 폐업과 창업을 반복해 소통을 위한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혼잡한 교통과 부족한 편의시설은 우수 인력의 이탈 우려를 높였다.

산단공 서울지역본부는 지난 2010년부터 구조 고도화 시범사업에 나섰다. 우선 산단 내 산학연 R&D 네트워크를 가동, 모든 주기에서 기업 활동을 지원했다. 현재까지 디지털콘텐츠, 정보통신기술(ICT) 등 5개 산학연협의체를 구성, R&D 과제에 총 323억원을 투입했다. 기업 애로 해결을 위한 성장 플랫폼 운영에도 팔을 걷었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지식산업으로 입주업종 확대 등 125건을 발굴해 해결했다.

또 정부 지원으로 약 9000억원 투자금을 유치해 기업지원시설 고도화, 문화·복지 편의시설 확충, 인프라 개선에도 집중했다.

산단공 서울지역본부는 앞으로 융·복합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전 주기 산업지원시스템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업혁신 클러스터를 동력으로 IT-제조업종간 네트워크를 넓히는 한편 제조와 지식서비스를 접목해 신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산단 인력수요와 연계한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 등으로 창의적 청년 인재에도 힘을 쏟는다. 문화·체육시설을 확대해 복지 여건을 개선하고 교통체계를 개선해 일하기 좋은 근로 환경을 제공할 방침이다.

산단공 관계자는 “창업에서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단계까지 통합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경공업 중심 수출단지로 시작한 산단을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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