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배터리 내재화' 착수...3년 내 2000만원대 전기차 출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소재 테슬라 공장 주차장에서 '배터리 데이'를 열고, 배터리 단가를 56% 줄인 신제품과 생산 공정 혁신 등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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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CEO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공장에서 열린 배터리 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테슬라 배터리 데이 영상 캡처)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고성능 고효율 배터리 개발과 테라와트(TWh)급 생산을 실현할 것”이라며 “3년 내 2만5000달러(약 2900만원) 수준의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머스크 CEO는 다섯가지 기술 혁신 전략을 공개했다. 테슬라의 배터리 혁신은 △배터리셀 디자인 변경 △배터리 생산 공정 혁신 △양·음극재 소재 개발 △배터리와 차체 통합 등이다.

이날 공개된 배터리는 기존 테슬라의 대표적 배터리(원통형 21700)보다 큰 지름 46mm, 길이 80mm의 중대형급 원통형전지 '4680'이다. 기존 배터리보다 부피는 2~3배 가량 크지만,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더 높다. 주행거리는 16% 늘었다.

여기에 배터리 생산 속도를 7배까지 늘리기 위해 지난해 인수한 멕스웰의 건식기술 등을 적용해 공정을 단순화시킬 계획이다. 또 배터리 소재에는 실리콘 음극재, 하이 니켈 기술 등을 적용해 전지 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렇게 생산한 배터리를 차체와 통합시키는 기술도 공개했다. 차체의 배터리 장착 공간을 재설계해 차체 무게 배분 효율화하고, 차량 뒤쪽 골격(지지대)으로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테슬라는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연간 100기가와트시(GWh), 2030년까지 3테라와트시(TWh)까지 양산규모를 늘린다는 목표다.

머스크 CEO는 “아직은 저렴한 차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미래에는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의 차세대 배터리는 더 강하고, 오래가며 가격도 지금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테슬라 배터리 데이 행사는 이 회사가 새로 개발한 배터리 기술과 생산 계획 등을 공개하는 자리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 기업을 위협할만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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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공장에서 열린 배터리 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테슬라 배터리 데이 영상 캡처)

업계 관계자는 “이날 발표는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이 많았고, 4680 배터리 이외 크게 새로운 기술은 없었다”며 “2030년까지 테슬라의 장기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뉴스의 눈>

'배터리 데이'는 사실상 테슬라가 전기차 배터리 개발·생산 내재화를 선언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당장 기존의 배터리 공급선을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자체 개발·생산과 외부 공급을 병행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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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공장에서 열린 배터리 데이에서 관람객들이 차안에서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테슬라 배터리 데이 영상 캡처)

이번 행사에서 테슬라는 그동안 배터리 업체로부터 공급 받았던 소형 원통형전지(규격 21700)보다 생산성과 성능이 한층 뛰어난 중대형 원통형전지 '4680'를 개발 및 생산까지 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파트너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테슬라는 이 배터리를 통해 단가를 최대 56%까지 낮추고, 앞으로 3년 내 2만5000달러(약 2900만원) 수준의 값싼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테슬라의 초기 전기차 모델은 파나소닉의 소형 원통형전지(규격 18650)를 장착했고, 2017년 부터는 파나소닉과 공동 개발한 원통형전지(21700)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후 배터리 데이를 통해 독자 개발한 차세대 배터리를 공개했다. 초기 외부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 형태에서 공동 개발을 거쳐, 완제품 기술력까지 갖추겠다는 행보가 뚜렷하다.

이날 일론 머스크 CEO는 “우리는 전기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했고, 배터리 역시 그렇게 할 것이다”며 내재화를 암시하기도 했다.

테슬라는 이미 10년 넘게 전기차 판매하면서 확보한 배터리 충·방전 운영 및 상태 데이터 등을 통해 이미 소형 원통형전지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또 기가팩토리를 통해 생산 노하우와 관련 기술도 어느 정도 습득했다. 여기에 지난해 배터리 셀 제조사 맥스웰과 배터리 장비업체 하이바를 인수하며 공정에 필요한 체계까지 갖췄다.

소형에서 중대형전지로 바뀌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4680 배터리는 중대형급 전지다. 단면적이 기존 소형 배터리 보다 2~3배 넓기 때문에 생산효율이 크게 뛰어나고 차량 시스템 적용에도 이전보다 단순하다. 배터리 자체가 커지면서 우려했던 열화 문제는 탭리스(tabless)기술을 적용하면서 해소시켰다. 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높이가 더 긴 만큼, 차체가 높은 '세미 트럭'이나 '사이버 트럭' 등에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배터리 독자 개발·생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를 실현하더라도 기존 배터리 공급선과 함께 투트랙 전략을 가져갈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간 내 배터리 완성도를 장담할 수 없는데다, 전 세계 전기차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이 수요를 단번에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터리 데이'를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CEO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LG화학·파나소닉·CATL의 배터리 구매량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여기에 덧붙여서 우리가 발표할 제품은 오는 2022년까지 대량 생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이번 행사는 테슬라가 앞으로 100만대를 넘어 200만, 300만대 생산·판매까지 고려한 배터리 내재화를 위한 포석”이라며 “특히 4680전지는 기존 원통헝전지(21700)와 기반 기술이 크게 달라 배터리업체나 전기차 제작사와의 격차를 벌일 수 있는 킬러 부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론 머스크는 완전자율주행(Full Self Driving)이 가능한 오토파일럿(Autopilot) 베타 버전을 한 달 뒤에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테슬라는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라이다(전파 대신 빛을 쓰는 레이더 장비)를 쓰지 않고 레이더와 카메라 기술로 자율주행을 시도하고 있다. 계속되는 테슬라의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다시 한번 집중될 전망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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