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시그넷이브이, 전기차용 'K충전기' 시대 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시그넷이브이가 글로벌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에서 세계 유수의 완성차와 충전서비스 업체의 협력사 자리를 꿰차며 연이어 대량의 공급물량을 따냈고, 새로운 충전기술(표준)이 등장할 때마다 가장 빠른 기술 대응으로 해외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시그넷이브이에 따르면 2013년부터 최근까지 국내외 판매한 충전기 물량은 1만6728기(수주 기준)다. 이 중에 약 1만2000기가 급속·초급속 충전기로 글로벌 충전기 업계 시장점유율이 5위권 이내다. 국내 기업 중 다년간, 꾸준하게 해외 수출 실적을 올린 건 이 회사가 유일하다.

특히 이 회사의 해외 물량 2800여기 중에 150~350㎾급의 초급속충전기만 2520기다. 이는 국내에 주로 설치된 급속충전기(50㎾급)의 최소 3배, 많게는 6배 용량이 큰 차세대 제품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올해부터 이 제품을 도입하기 시작해 시장의 잠재성은 아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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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철 시그넷이브이 대표.

이 회사의 경쟁력은 황호철 사장의 고집스런 경영철학이 주효했다. 황 사장은 사업 초기부터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했으며, 충전기 개발·제조 이외 연관된 다른 사업은 거들떠보지 않고 급속충전기 사업에만 전념해왔다.

황 사장은 대우중공업에서 약 20년 동안 근무하며 배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을 모토로 삼고 있다. 황 사장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일본에 큰 대기업 회장으로부터 대우중공업의 성장을 높게 평가한 칭찬의 말에 우리에겐 아직 '스메끼리 777(쓰리세븐)' 같은 제품이 없기 때문에 칭찬받기엔 이르다”고 답한 김 전 회장의 말이 모토가 됐다고 말한다.

이어 “'잘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한다'는 생각으로 오로지 세계 1위 제품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왔다”며 “전 세계 전기차 시장 확대로 초급속충전기 등 기술고도화로 인해 제품 만큼은 가장 먼저, 최고로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고집스러운 경영철학에서 시그넷이브이는 신기술 대응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17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썼던 충전 규격인 전기차 급속충전 표준 규격인 '차데모 개정판(Ver1.2)' 인증을 가장 먼저 획득했다. 또 미국 최대 충전서비스 사업자인 EA(Electrify America)가 글로벌 충전기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1년여 기간의 기술 평가에서 최고 수준의 성적을 받았다. 이 결과 회사는 현재 EA의 1·2차 발주물량을 확보한 몇 안 되는 회사가 됐다.

최근에는 미국에 또 다른 유력 충전서비스 업체 E사의 협력사로 등록되면서 초급속충전기 공급선을 추가로 확보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Taycan)', 포드의 머스탱 '마하-E'와 각각 실시한 '플러그앤드차지(Plug&Charge)' 기술 연동에 성공하며 첫 상용화 기록을 세웠다. 플러그앤차지는 전기차에 충전기를 연결하는 즉시 별도의 사용자 확인 및 결제 과정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차세대 충전기술이다.

황 사장은 “올해 미국에 충전기 조립 생산 및 유지보수 시설을 확보하면서 현지에 발 빠른 시장 대응력까지 갖추게 됐다”며 “전 세계 전기차 시장 확대로 고객의 수요도 다양해짐에 따라 기술 개발뿐 아니라 생산품질, 유지보수 경쟁력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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