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R&D 톡톡]<14>디스플레이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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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서블 OLED를 활용한 대형 사이니지 <자료 LG전자>

우리는 일상에서 상대방 몸짓이나 표정을 보며 문자의 의미뿐만 아니라 생생한 정보를 얻는다. 정보 습득에 시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시각 요소가 큰 동영상의 등장은 많은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많은 연구자가 동영상을 더 나은 형태로 구현하기 위한 디스플레이를 꾸준히 개발해 왔다.

1897년 독일 물리학자 페르디난트 브라운은 동영상을 처음으로 구현한 '음극선관'(CRT)을 발명했다. 널리 알려진 '브라운관'이라는 단어도 발명가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CRT의 대표 제품으로는 일본 소니의 '트리니트론'이 있다. 지난 1968년에 출시된 트리니트론은 2008년 3월 단종될 때까지 약 2억8000만대가 팔렸다.

트리니트론 TV는 소니가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는 데 일조하고, 일본이 최대 전자산업국으로 도약하는 데 이바지했다. 1973년에는 사람이 아닌 제품 최초로 에미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대성공을 거둔 트리니트론 TV도 변화하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살아남지 못했다. 큰 부피와 무거운 무게, 아날로그 구동 방식 등으로 인해 디지털 영상을 표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박막트랜지스터(TFT), 액정표시장치(LCD)에 주도권을 넘긴 것이다.

LCD 기술은 미국 RCA가 1968년에 처음 개발했다. 이후 일본 샤프가 유리 기판에 TFT를 형성해서 '480×640' 화소를 구현한 것이 현재의 TFT LCD 원형이다.

LCD는 가볍고 얇으면서 100인치 이상 초대형 디스플레이 제작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와 같은 중소형뿐만 아니라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각도에 따라 화면 밝기가 다르게 보이고, 반응 속도 등에도 문제를 안고 있다.

LCD 단점을 보완하고 주요 가전제품 디스플레이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다. 1988년 코닥의 덩칭윈 팀이 OLED 발광 원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1996년 파이오니어에서도 이 연구를 활용해 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OLED는 2007년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용 OLED를 양산하며 시장에 본격 등장했다. 2013년에는 LG디스플레이가 TV용 대형 OLED 양산을 시작했다. OLED는 명암비가 우수하고 색 재현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종이처럼 얇고 유연하게 만드는 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휘거나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과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 TV 등 다양한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구현되고 있다.

CRT부터 TFT LCD, OLED까지 디스플레이는 발전을 거듭하며 성능이 개선돼 왔다. CRT는 자연색에 가까운 영상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 TFT LCD는 얇고 가벼운 모바일 디스플레이를 현실화했다. OLED는 접거나 말 수 있는 영상 기기 구현에 일조했다.

디스플레이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나오던 투명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된 것을 보면서 또 어떤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실생활에 적용될지 궁금하다.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디스플레이가 다양한 응용 소프트웨어(SW),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물디스플레이'(DoT)를 구현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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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디스플레이 PD

박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디스플레이 PD yhopark@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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