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통신사도 사회적 책임 부여
통신사와 협의 의무 첫 명시
일방적 트래픽 경로 변경 안돼
국내 인터넷 업계, 역차별 우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네이버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최소한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부과했다.
글로벌CP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적용대상으로 명시, 서비스 안정화 의무 준수를 위해 통신사 망 이용대가 협상으로 유도하는 효과도 노렸다.
다만 인터넷 업계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일방적 의무 전가로는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역차별 우려를 제기했다. 제도 안정적 시행을 위해 이해관계자에 대한 보다 면밀한 의견수렴과 설득은 과제다.
◇대형 부가통신사에 사회적 책임 부여
시행령은 전년 4분기 국내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에, 같은 기간 국내 일일 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 이상을 만족하는 부가통신사(CP)가 적용대상이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등 5개 국내·외 대형 CP가 고르게 분포됐다.
대형 CP는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 기술적 오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서버 다중화와 콘텐츠 전송량 최적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서버용량, 인터넷연결 원활성, 트래픽 경로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고, 필요 시 통신사와 협의하도록 했다.
대형 CP에 대해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사회적 책임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유튜브가 중단될 경우에 일반 이용자 불편은 물론이고, 콘텐츠 제작자와 광고를 제공하는 기업에 지대한 경제 손실을 초래한다. 대형 CP가 제공하는 이메일, 메신저 등은 사실상 국민생활 필수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률을 통해 서버용량 확보와 안정적 접속용량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동시에, 의무를 부과해 대형 CP의 안정성을 높이고자 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간기업 입장에선 법적 의무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불편할 수 있지만, 대부분 시행 중인 기술적 조치로, 새로운 시설투자 등 경제적 부담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글로벌CP 망 이용대가 협상 유도
시행령은 동시에 글로벌 CP를 국내 전기통신사업법 적용대상에 편입하는 효과를 노렸다. 100만명 이상 가입자·1% 이상 트래픽이라는 일반 기준에 따라 글로벌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도 의무 준수 대상이 됐다.
글로벌 기업과 관련, 쟁점 조항은 부가통신사가 트래픽 경로 변경으로 서비스의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 사전협의를 하고 사전에 통지하도록 한 부분이다.
시행령은 통신사와 글로벌 CP 간에 망 이용대가 계약 의무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통신사와 '협의 의무'가 사상 처음으로 명시했다. 이전까지 글로벌 CP의 국내 통신망 이용과 관련한 규율을 간접적으로나마 명시한 법령은 없었다.
통신사는 글로벌 CP와 협의 과정에서 글로벌 CP가 발생시키는 과도한 데이터 트래픽 안정화를 위해서는 적정수준 망 이용대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글로벌CP가 국내법령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과정에서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협상에 임하도록 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시행령 논의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은 국내법 준수 의지를 명확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페이스북을 제외하고 국내 기업의 망 이용대가 협상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했던 글로벌 기업 태도에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아울러 페이스북 사건과 같이 CP가 접속경로를 변경해 서비스 품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대해 사후 처벌이 가능하도록 준거가 마련됐다.
◇인터넷기업협회 반발
12월 시행령 시행까지 과정은 이해관계자 반발로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시행령이 모호한 기준과 불명확한 표현으로 규정돼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인기협은 성명을 통해 대상 사업자 기준에 문제를 지적했다.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에 단순 서비스 방문자도 포함되는지, 그 외 사업자(100만명 미만 등)는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것인지 합리적 이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일 평균 트래픽 양을 국내 총량의 '1% 사업자로 규정할 만큼 전체 트래픽에서 1%가 큰 부분인지, 1%는 기준은 누가 판단하며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반문했다.
단말이나 통신사 관계없이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한 제2항은 단말이나 통신사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가통신사업자가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더라도 단말 자체 노후화, 유무선 인터넷 특성 등에 따라 불안정한 서비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기협은 서버 용량 등 현황 자료를 매년 1월 말 제출하도록 한 것도 법률 위임범위를 벗어난 새로운 의무규정이라며 삭제를 요구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를 받아야 한다. 10월로 예정된 입법 예고 기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시행령은 법적으로 12월 10일부터 시행돼야 한다. 이후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더라도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과도한 문제 제기는 정부와 국회의 의사결정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가입자와 트래픽 규정은 적정한 적용대상기업 수와 시장환경, 타법률을 고려했고 해외사업자를 명시적으로 포함한다는 점에서 역차별이 될 수 없다”면서 “입법예고 이후에도 사업자와 지속 의견을 나누면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