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중고차 시장 역차별 시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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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거래시장 진출 여부를 놓고 최근 논란이 일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 기존 업체들이 어려워질 수 있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지 대기업-중소기업의 영업 다툼 차원에서 볼 일이 아니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거래시장 진출, 특히 중고차 인증제를 통한 진출은 우리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뿐만 아니라 중고차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성을 보완함으로써 중고차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중고차 시장 진입 규제가 없어서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거래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가 구매한 후 일정 기한이 지난 차량을 구매, 기업별 인증제를 바탕으로 검사와 필요하면 수리를 거쳐 다른 고객에게 판매하면서 일정 기한에 고장이나 품질 하자에 대해 무상 수리를 해 주고 있다.

각국 브랜드가 모두 참여하고 있는 미국 시장의 경우 특이점은 한국 브랜드와 외국 브랜드의 중고차 가격 변화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차종에 따라 한국 브랜드의 중고차 경쟁력이 외국 브랜드보다 높을 때도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2017년식 현대차 아반떼의 2020년 평균 가격 하락률은 34.8%, 같은 가격대의 폭스바겐 제타는 34.8%로 각각 나타났다. 2017년식 쏘나타의 2020년 평균 가격 하락률은 43.3%, 폭스바겐 파사트는 43.9%였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경우 2017년식 현대차 투싼 가격은 37.7% 하락에 그쳤지만 폭스바겐 티구안은 47.5%나 떨어졌다. 현대차 싼타페와 폭스바겐 투아렉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한마디로 미국에선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경쟁력이 확보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중고차 시장에선 수입산 대비 국산의 경쟁력을 잃었다. 수입산과 달리 우리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 참여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식 제네시스 G80의 2020년 평균 가격은 30.7% 하락한 반면에 벤츠 E클래스(W213)는 27.2%, 벤츠 GLC는 20.6% 각각 떨어졌다. 2017년식 현대차 쏘나타 평균 가격 하락률은 최대 51.7%, 벤츠 A클래스는 39.0%를 기록했다. BMW 등과 국산 차종을 비교해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국내 시장에선 중고차 거래시장 진입 규제로 국산 브랜드 중고차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역설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거래 시장 참여 여부는 신차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차 구매 소비자는 본인이 산 차량의 사후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 이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에 대한 중고차 거래 시장 규제로 말미암은 중고차 가격 경쟁력 약화는 신차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수입 브랜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초래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중고차 구매자 입장에서 수입산은 구매할 때 딜러에 의해 차량 검사와 일정 기한 보증이 담보되지만 국산은 그러한 보장이 없어 구매가 꺼려질 수 있다. 수입산 중고차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아는 구매자는 다른 조건이 일정한 경우 신차 구매 때 수입산을 선호하게 된다.

우리 완성차 업체에만 가해지는 역차별로, 국산 중고차 구매자도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완성차 업체의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국산 중고차 구매자에 대한 역차별은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시정이 시급하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k1625m@ka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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