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오는 2025년 '꿈의 암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가속기를 도입한 암센터를 부산시 기장군에 개원한다.
서울대병원은 도시바-DK메디칼솔루션 컨소시엄과 31일 화상 시스템을 통해 원격으로 중입자치료센터에 구축될 암 치료용 중입자가속기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서울대병원은 부산시 기장군에 중입자치료센터를 갖춘 '서울대병원 기장암센터(가칭)'을 2024년 말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중입자가속기는 탄소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빔을 암세포에 조사하는 치료기기다. 높은 종양 살상능력으로 기존에 치료할 수 없었던 난치성 암의 치료가 가능하다. 폐암, 간암, 췌장암, 재발성 직장암, 골육종 등 주요 고형암에 효과적이다. 정상세포를 최대한 보호하는 동시에 암세포에만 대부분의 방사선량을 전달해 부작용을 현저히 감소시킨다.
중입자가속기는 현재 세계에서 일본 6개를 포함해 12개 센터만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이 2022년 첫 환자 치료를 목표로 중입자치료센터 건립을 진행 중이며 세계 4곳이 준비 중에 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중입자 치료는 암 치료의 다음 지평으로 이번 중입자 치료시스템 도입이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환자 치료뿐 아니라 연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최선의 암 치료를 실현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기장 암센터에 구축될 중입자가속기는 현존하는 중입자가속기 중 최고 사양 제품이다. 중입자 빔의 전달 속도와 범위를 뜻하는 선량율과 조사야 크기가 세계 최고다(선량율: 4 Gy/L/min, 조사야: 30cm× 40cm). 또 최첨단 소형 초전도 회전 갠트리를 적용했다. 회전 갠트리는 환자 주변을 360도 회전할 수 있어 어느 각도에서나 자유롭게 빔을 조사할 수 있다. 이전에는 빔 노즐이 고정돼 중입자선을 투여하기 위해 환자의 몸을 돌려야만 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회전 갠트리는 길이 25m, 지름 13m, 무게 500톤으로 건물 5층 높이에 해당하는 큰 공간을 차지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서울대병원이 계약한 기기는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크기(지름 11m)와 무게(280톤)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우홍균 서울대병원 중입자가속기사업단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부산시 기장군에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를 구축하면서 동남권 의료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면서 “기존 중입자가속기의 에너지 빔으로 쓰이는 탄소 뿐 아니라 헬륨을 더해 두 가지 이온원으로 치료와 함께 연구도 병행하며 암 연구 허브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