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 불리한 공매도 폐지해야" vs "주가 거품없애는 순기능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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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13일 오후4시부터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학계, 업계, 투자자 등 각 분야별 다양한 패널을 구성해 주제별로 토론하고 바람직한 규제방안을 모색하고자 공매도의 시장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공매도 제도 토론회에서 이동엽 국민대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있다.

해외 공매도 규제와 비교해 우리나라 공매도 규제 수준은 북미나 유럽, 아시아권 국가들 중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강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공매도의 시장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지난 3월 16일부터 오는 9월 15일까지 6개월 모든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일부 아시아 국가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프랑스, 이탈리아스페인, 벨기에,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 유럽 6개국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미국, 영국, 일본은 공매도 금지를 시행하지 않았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동엽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시장전체의 공매도 비중은 큰 변화가 없다”며 “대형주 중심의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비중은 소폭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또 공매도 금지전까지 코로나19로 인해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국내 증시 전체 공매도 비중(4.7%)은 해외 주요 증시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일본의 공매도 비중은 40%다.

그는 “국내 공매도 규제는 사전적, 직접적, 상시적 체계”라며 “해외 증시 대비 매우 높은 규제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학계와 금융투자업계 모두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요인이란 점은 인정한다. 다만 과도하게 가치가 평가된 종목에서 공매도가 이뤄진다면 주가 거품을 없애는 역할을 하고, 하락장에서는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때문에 공매도가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만큼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공매도의 순기능을 고려할 때 공매도 거래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공매도 반대측 패널인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공매도 금지의 계기가 된 코로나19가 올해 끝나기는 어려우니 내년 정도까지 (금지 조치를) 연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12월 이후로 경제 성장과 주식시장 상승률을 비교해보면 경제는 46% 성장한 반면 증시는 16% 오르는 데 그쳤다”며 “공매도가 가격 발견 기능이 있다고 하지만 국내 시장은 오히려 저평가된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금지 조치 이후 주식시장을 떠받친 건 개인인데, 만약 지금 공매도가 재개되면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리거나 해외로 다시 돈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비중을 보면 1% 미만인데,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전체 공매도의 25%가량이 개인 투자자”라면서 “공매도 접근성 측면에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받는 제약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매도 반대측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공매도에 관한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공매도를 폐지하거나 금지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공매도 제도 존속 여부를 조사한 결과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금지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이 25.6%로 그 뒤를 이었으며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은 15.7%에 그쳤다.

반면 공매도가 지니는 증시 유동성 증가 및 가격 발견 순기능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공매도가 부정적 정보들이 가격에 반영되는 중요한 경로인 건 분명하다”면서 “공매도가 가진 기능들은 어느 정도 유지하되 참여의 평등성을 보장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로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아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는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공매도 금지 이후 헤지 전략이 부재한 한국 시장을 꺼리고 있다”면서 “일부 자금은 투자 제약이 덜한 다른 시장으로 이동하는 추세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장기화한다면 그런 경향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공청회를 거쳐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매도란 투자자가 해당 종목의 주식을 증권사로부터 빌려서 팔고 난 후 나중에 다시 사들여 주식을 갚는 투자기법이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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