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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본사 로비에 설치된 디지털사이니지>

네이버가 온라인쇼핑 영역 확장에 나서면서 유통 대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쿠팡·이베이코리아 등과 e커머스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출혈 경쟁을 펼쳐온 롯데와 신세계 입장에선 대형 다크호스 등장에 사업 전략 마련이 복잡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조원을 넘어서며 쿠팡과 이베이코리아를 앞질렀다. 지난해 롯데쇼핑 7개 계열사 온라인 거래액 10조7000억원에 두 배에 달한다. 신세계 SSG닷컴도 거래액이 2조8000억원에 그친다.

네이버가 유료멤버십과 라이브커머스, 트래픽 등의 시너지를 앞세워 커머스 강화에 나서면서 국내 e커머스 시장 판도도 달라졌다. 다소 늦었다는 우려에도 롯데와 신세계가 e커머스 경쟁에 뛰어든 것은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이 파편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만큼 아직 시장 선점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장밋빛 청사진도 내놨다. 올해 통합 쇼핑몰 롯데온(ON)을 출범한 롯데는 2023년까지 거래액 20조원 달성을 공언했고, SSG닷컴도 거래액 10조원을 목표로 잡았다. 지난해 135조원 규모로 커진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의 200조원 돌파가 가시화된 만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리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형 메기인 네이버의 약진이 변수로 떠올랐다. 네이버가 포털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과 방대한 검색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커머스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생태계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형 유통업체 중엔 롯데의 고심이 깊다. 후발주자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객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커머스와 오픈마켓 전략을 내세웠지만, 네이버 사업 모델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네이버 라이브커머스와 멤버십 생태계 전략도 롯데온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늑대(쿠팡·이베이)를 피하려다 호랑이(네이버)를 만났다”면서 “온라인 쇼핑은 전통 유통업의 노하우보단 정보기술(IT) 역량이 더 중요한 사업이다. 네이버의 시장 장악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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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가 롯데ON 전략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네이버와 정면승부보단 유통사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온라인 사업 초점을 맞췄다. 롯데는 전국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한 옴니채널을 디지털 전환 핵심으로 삼았다. 백화점과 마트 점포를 통한 바로배송과 오프라인 데이터를 온라인에 접목한 양방향 추천 서비스에 주력한다.

회사 관계자는 “롯데가 보유한 전국 1만5000여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의 경계 없는 쇼핑 환경을 구현하는데 중점을 뒀다”면서 “점포 인프라를 활용한 적시배송도 롯데만의 무기”라고 강조했다.

SSG닷컴은 신선식품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능력을 고도화한다. IT기업인 네이버가 할 수 없는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해 틈새시장을 노린다. 이마트가 보유한 신선식품 소싱 능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장보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SSG닷컴은 신선식품 유통에 필수인 온라인전용 물류센터와 자동화 설비 시스템을 갖췄다. 향후 3년간 투자 집행이 예정된 1조3000억원 중 대부분을 물류센터에 투입한다. 현재 3곳인 네오 센터도 2023년까지 11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네오 4·5호점 부지도 연내 확정할 방침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