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조정, 노조 반대 해결 숙제로

모트롤 매각 반대에 그룹사 노조 결집
정치권·지역언론 활용 압박 수위 높여
두산, 자구안 이행-노조 설득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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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두산그룹 제공]

두산그룹이 계열사 매각 등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 이행에 착수한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노조를 설득, 포용하는 게 과제로 떠올랐다. 노조는 정치권 등을 통해 사측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채권단 지시를 따라야 하는 사측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9일 금속노조 두산모트롤 지회는 국회 소통관에서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실질적 매각 저지를 위한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달 13일로 예정된 두산모트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노조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조는 노사합의와 고용 및 생존권 보장 없는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해외 및 투기 자본과 방산·민수 분리 매각 등에 반대해 왔다.

노조는 매각 반대 이유로 '국부 및 기술 유출'을 꼽았다.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 최대 건설장비 제조사 겸 세계 4위 굴삭기 업체 XCMG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방위 및 민수 산업을 함께 운영 중인 두산모트롤이 이 사업 부문들을 각각 분리한 후 해외 자본에 매각한다면, 고용불안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또한 우리나라 굴삭기용 유압부품 1위 업체의 유압 핵심 부품 기술을 유출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도 우려된다”면서 “2004년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당시 고용 보장과 연구개발(R&D), 시설투자 등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선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산그룹은 이 같은 노조 움직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조는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매각 및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두산중공업과 두산모트롤, 두산메카텍, 두산인프라코어 등 노조원들이 공동으로 압박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국회의원과 지역 언론 등을 활용, 여론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두산모트롤 매각 반대 기자회견에는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의 자구안 이행 지시에 따르면서도 원만한 계열사 매각을 위해 노조를 눈치 봐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자구안 이행과 추진 과정에서 불거지는 일들과 관련해선 어떤 말도 할 게 없다”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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