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주물량 4000대→60대로 축소
"집배원 수요 적어"…향후 계획도 불투명
공급업체 선정 中企 3사, 300억 투입
생산시설·부품재고 등 손실 떠안아

오는 2021년까지 우편배달용 이륜차 1만5000대 가운데 1만대를 초소형 전기차로 교체한다던 우정사업본부가 2년 만에 말을 바꿔 관련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본이 애초 계획한 올해 발주 물량 4000대를 돌연 60대로 축소했다.

집배원의 안전사고 감축과 근로 여건 개선을 목적으로 초소형 전기차 도입을 추진했지만 전국 집배원들의 실제 수요가 크게 적어 계획 물량을 줄인 뒤 수요 반응을 다시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1년여 끝에 공급업체로 선정된 국내 중소기업 3사는 이미 약 300억원의 생산시설 투자까지 마쳐 시설비를 포함해 부품 재고, 인건비 부담까지 모두 떠안게 됐다.

우본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중소기업의 피해가 적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의 수습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8일 우정사업본부 초소형 전기차 전환사업 선정 업체 대창모터스, 쎄미시스코, 마스타자동차는 한국스마트모빌리티협회를 통해 '우편사업용 초소형전기차 보급사업 정상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우본은 지난 2018년 집배원의 안전사고 감축과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해 초소형 전기차 1만대 도입을 선포하고 국가 보조금을 포함한 예산 확보를 위해 과기정통부와 환경부와 업무협약까지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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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는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친환경 배달장비 보급·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당시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전기차 시승 준비하고 있는 모습.

이후 '초소형 전기차 개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업체와 함께 12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안전 기준, 부품 국산화, 국내 생산, 차량의 화물 적재 공간 확대 등을 확정한 뒤 대창모터스·쎄미시스코·마스타자동차 3사를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들 업체가 9대씩 무상 제공한 총 27대의 차량으로 시범 운행을 거쳐 지난해 1000대 도입을 완료했다. 당시 우본이 공표한 초소형 전기차 교체 계획 물량은 2019년 1000대, 2020년 4000대, 2021년 5000대 등 총 1만대다.

그러나 최근 우본이 올해 도입 물량을 종전 4000대에서 60대로 축소하면서 이들 3사의 불만이 거세졌다. 3사는 스마트모빌리티협회를 통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 대정부 활동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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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충북 진천에 위치한 대창모터스 공장의 우본 공급용 다니고3 생산 현장.

협회 관계자는 “초소형전기차 교체는 우본이 2018년부터 계획해 확정했고, 2019년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통과된 사업”이라면서 “갑자기 도입 규모를 축소하면 누가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우본 요청대로 차량도 개선했고, 27대까지 무상 제공했다”면서 “대량 생산체계, 부품이나 고용 인원까지 고려하면 3사가 투입한 자금만 300억원이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우본 측은 각종 안전기준 강화로 차량 크기가 종전보다 커져서 민첩성이 떨어진 데다 우본 내부에 주행 성능과 충전 불편 등을 이유로 반대 여론이 일면서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우본 관계자는 “올해 4000대 교체를 계획했지만 실제 수요층인 집배원의 요구 물량이 60대에 불과했고, 이를 강제할 수 없어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집배원들 사이에서 전기차 특성에 따른 주행 성능 등 불안한 점이 있는 만큼 교육과 홍보 등 수요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우본 측은 2021년 5000대 등 향후 물량에 대해서는 확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